출산 예정일이 이제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나의 2025년이 이렇게 마무리될 줄은, 2024년의 연말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2026년에는 또 어떤 ‘꿈에도 몰랐던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스물아홉의 나는 첫째 아이를 품고 있었고, 서른아홉의 나는 둘째 아이를 품고 있다.
시간은 흘렀고, 몸도 삶도 달라졌지만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만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는 유독 에너지라는 말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우주의 에너지, 내 몸의 에너지, 자연의 에너지, 그리고 인간이 가진 에너지까지.
그 모든 것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 한 해였다.
계획대로 인생을 잘 꾸려가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는 삶은 얼마나 살 맛이 날까 싶어
잠시 부러워지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내 인생도 꽤 재미있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난다.
계획 없이 찾아온 아이를 품으며 나는 오히려 더 많은 계획을 세웠다.
감사하게도 좋은 인연들 덕분에 출산에 대해 깊이 공부할 수 있었고, 어떤 환경에서 아이를 맞이하고 싶은지,
출산 직후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차분히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첫째 때는 왜 이런 고민을 해볼 생각조차 못 했을까.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잠깐 스쳤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만큼의 질문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지금이어서 가능한 고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한편으로는 지금 내가 세운 이 모든 계획이 꼭 그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괜찮겠다고 여겨졌다.
아이가 내게 와준 것처럼,
내 계획과는 상관없이 아이의 계획대로, 아이의 시간에 맞춰 편안하게 세상에 나와주기만을 바란다.
내 몫은 아이를 통제하는 것도, 앞당기는 것도 아닌 그저 믿고 기다려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번에야 조금 분명하게 배운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의 말에만 지나치게 의지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배 속의 아이가 나보다 백 배쯤 더 애쓰고 있다는 걸 믿으며 다가올 고통도, 시간도 조급해하지 않고 잘 흘려보내고 싶다.
2025년의 마지막 일요일을 내 안에 두 개의 심장을 품은 채 보냈다는 사실이 문득 깊은 감동으로 남는다.
이 마음을 브런치에 조심스레 눌러 적으며, 아이에게 전해본다.
우주야, 엄만 널 믿어!
어서 와! 환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