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몬 크로와상과 딸기라시

에베레스트 카페

by mercioon



계획 없이 가이드북만 하나 달랑 들고 왔던 나는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침대에 누워 가이드 북부터 폈다.


다음 루트를 정해야 되는데...


가이드북에 써져있는 각 도시의 설명들은 하나, 둘 뭉실뭉실 피어오르며 뜬구름만 잡는다.


이럴 땐 현지에서 만나는 여행자들의 생생한 정보가 최고다.


밥도 먹고 정보도 얻을 겸, 여행자들이 많이 모인다는 사랑방, 에베레스트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가이드 북의 지도를 요리조리 보며 찾은 그 레스토랑은 옥상에 자리 잡고 있는 듯했다.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면서 빠하르간즈의 소리도 하나하나씩 사라졌다.

옥상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순간 귀 안을 맴돌던 모든 소음이 사라졌다.

모든 소리가 정지해버린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계단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세계에 꼭 꿈을 꾸는 듯하다.

음식을 기다리는 서양인 커플도,

한쪽 구석 카운터에 앉아 계신 할머니도,

햇빛을 피해 할머니 옆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은 나도,

그 누구도 말이 없다.

새파란 하늘의 뻥 뚫린 천장을 가진 이 멋들어진 레스토랑 안에선

이따금 부엌 저너머에서 접시들이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올 뿐이다.


내가 주문한 딸기 라시에 파란 하늘빛 가득 받아 알알이 맺힌 물방울들이


금방이라도 테이블에 소리를 낼 듯 또르르 컵을 따라 떨어져 내린다.

눈앞을 아른거리는 먼지들이 아주 느리게 움직인다.

나른하게 만드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정적이다.

한껏 바쁘고 시끄러운 거리 한복판에 있는 이 여유로움이 참 기분 좋다.

달콤한 시나몬 크로와상에 새콤한 딸기 라시를 먹고 레스토랑을 나서자

바로 빠하르간즈의 분주함이 귀를 채우며 현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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