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로 가는 버스는 그야말로 최악 중에 최악이었다. 너무 더워 입맛이 싹 사라져 점심도 굶었다.
이별을 경험했을 때도 울다가 배가 고파서 밥을 먹고 다시 울고, 아파도 밥은 먹어가며 아플 정도로
태어나서 입맛이 없던 적은 없었는데, 더위로 식욕을 잃다니 어마 무시하게 더웠다는 얘기다.
9시간이 걸려 소나울리에 도착해 인도 출국 심사를 하고, 걸어서 네팔 입국 심사를 마쳤다.
처음으로 걸어서 한 나라의 국경을 넘었다. 몇 발자국만 걸으면 다른 나라라니 기분이 묘했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자야 했다. 이들은 600루피나 받고 영화 <쏘우>에서나 나올법한 어둡고 침침하며 눅눅한 방으로 버스 승객들을 몰아넣었다. 곧 전기가 나갈듯한 파리한 조명 하나로는 크지도 않은 방 하나를 채 밝히기도 어려워 방 모서리 끝을 어둠이 잡아 끌어당기는 것처럼 깜깜했다. 승객들 중엔 한국인들이 꽤 있었다. 우리들은 피난처에서 만난 피난민들처럼 멀건 죽 같은 탈리를 먹으며 각자 어느 도시에서 피난을 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듯 통성명을 했다. 이 피난민들이 나와 같이 트레킹을 하게 될지는 꿈에도 모르고...
다음날 아침. 거지 같은 게스트 하우스에 걸맞은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버스를 타야 한다며, 강제 노동을 나가는 피난민들을 깨우듯이 고함을 치며 우리들을 깨웠다. 제대로 씻을 만한 곳도 없어 고양이 세수만 대충 하고, 버스를 타는 곳으로 갔는데, 하... 어제보다 더 심각한 컨디션의 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촘촘히 박혀있는 직각의 나무 의자는 여자인 내 다리 길이에도 다리를 벌리고 앉아야 하며 자동으로 바르고 곧은 자세로 앉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의자 간 간격이 좁았다. 최대한 의자를 많이 놓을 수 있도록 자본주의에 걸맞게 리디자인(?)된 버스였다. 다만 의자가 불편하다고 마음대로 머물다 떠날 수 없는 건 자본주의에 심히 위배되는 일이었다. 길은 가드레일도 없는 비포장의 꼬불 꼬불한 산길이라 심하게 흔들려서 딱딱한 직각 의자에 근육이라고는 하나 없는 여린 허릿살이 마구잡이로 쓸려댔다. 게다가 나는 모든 탈것에 멀미 마니아였다. 아니 멀미 포비아라고 하는 게 맞을 정도다.(기본적으로 탈것만 타면 무슨 공포증처럼 멀미가 밀려오니 심리적으로 포비아가 맞을 수도.) 고통은 더 큰 고통으로 잊는다고 허리가 아작 나는 건 산을 둘러 갈 때마다 몸과는 반대로 흔들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장기들과 두통에 어느새 잊혔다. 전날 가볍게 시작한 맥주가 다 떨어져 이참에 2차 안주를 시켜 소주를 까고, 소주가 부족해 마침 집에 있던 조금 남은 양주를 마시다 마지막에 팩 와인으로 마무리를 한 건지 안 한 건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의 술을 마시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의 지독한 숙취 같은 멀미였다.
가드레일도 없는 꼬불꼬불한 산길과 하나가 되어 달리던 버스는 드디어 점심을 먹기 위해 산 중턱에 있는 작은 마을에 정차했다. 식당에서 점심이라고 내준 기름에 절은 사모사 두 조각을 보니 안 그래도 멀미로 울렁이던 속이 급발진을 해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듯했다. 나는 운전기사에게 말하고 버스 지붕으로 자리를 옮겼다. 버스 지붕은 짐을 싣는 칸으로 당연히 의자나 안전바 같은 것은 없다. 짐이 버스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밧줄을 매어 놓을 수 있는 기다란 바만 있는 지붕이다. 하지만 이미 지독한 숙취 같은 멀미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기에 커브를 돌다 날아가더라도 지붕 위에서 죽는 게 낫겠다 싶었다. 마구 흔들리는 작은 창문에 기대 있다가 사방으로 시야가 트이니 살 것 같다. 시원한 바람에 알코올이 날아가듯 멀미도 서서히 날아가는 느낌이다. 그제야 좌우로 마구 흔들리는 가방들과 함께 가드레일 없는 절벽 같은 산길이 버스 지붕 너머로 빼꼼히 보였다 하늘을 보였다를 반복해댔다.
안전장치 없는 롤러코스터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바를 세게 움켜잡고 있던 팔목이 아파온다. 커브길에 날아가지 않도록 엉덩이를 단단히 고정해야 했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버스 지붕 앞쪽에 딱 내 엉덩이가 들어갈만한 정사각형 구멍이 보였다. 산속 작은 마을에 다시 정차했을 때 얼른 구멍에 엉덩이를 박고 앉았다. 이 정도면 웬만한 블랙 헤드보다 쉽게 빠질 것 같진 않다. 인도와 네팔에서만 가능한 하늘 버스. 롤러코스터보다 무섭지만 지나가는 산속 곳곳의 작은 마을들이 발아래로 지나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포카라다. 여행자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그곳.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