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이 만들어주는 몸의 길

by 따듯한 바람


어쩌다 수영을 하게 되었을까?

평포자가 되기 싫다고 올린 지난 글을 다시 보니, 이제는 평영 스트로크를 하고 합체해서 평영 동작을 비슷하게나마 흉내 내는 진도까지 왔다. 같이 진도 나가는 사람들에게 민폐가 될까 봐, 나 때문에 진도가 못 나갈까 봐 고관절과 골반을 풀고 발가락·발목 유연성을 기르는 동작들을 하며 자유수영에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연습했다. 그 결과 평영 발차기는 더 이상 제자리에 멈춰 있지 않고 앞으로 나가긴 한다. 평영 스트로크를 할 때 다행히 목이 올라오지만, 물을 모으는 동작은 아직 어설퍼 물이 새나가고 슈팅이라고 하는 동작은 잘 안 된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며 평영 흉내를 내고 있었더니, 강사쌤이 접영 웨이브를 나간다. 뻣뻣하다 못해 박자가 안 맞고, 물속으로 가라앉았다가 위로 올라오기는 하는데 그다음에 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멈칫한다. 접영 웨이브를 배우며 내가 정말 몸치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초급반에 진도를 같이 나가는 사람들 중에 내가 가장 몸치같다. 처음 진도가 나갈 땐 다들 동작을 따라 하는데, 나 혼자 못 따라가서 주변 사람들을 보기 바쁘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웃는다. 그런데 나는 그때부터 방식이 바뀐다. 동작을 아주 조각조각 쪼개서 하나씩 연습한 다음에 다시 합쳐서 하나의 동작으로 만들어 연습한다. 그 과정을 자유수영 가서 한다.

그래서 처음엔 뒤로 밀려 있다가도 조각을 하나씩 붙여 합체가 되면 그때부터는 달라진다. 자유형, 배영은 앞순서에 하는데 평영은 스스로 뒤로 가는 것도 그런 이유다. 지난주부터는 평영도 앞으로 가라고 했지만, 평영은 아직 연결하는 반복이 덜 되었다.


반복하는 시간이 주는 연결의 힘


수영이 재미있는 이유는 동작을 하나 새로 배울 때마다 몸을 사용하는 길이 하나 새로 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잘 모르지만 정보가 전달되는 경로와 몸을 움직이게 하는 생각의 경로가 하나 생기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생각의 속도도 약간 빨라지고 정교해지고, 몸 동작이 민첩해질 때마다 생각도 조금 달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수영을 하던 운동은 매일 계속해야겠다. 뇌를 위해서 하는 운동이라는 말은 정말 정확하다. 내담자들에게서 해리나 과각성이 올 때 양측성 자극을 주기 위해 걷거나 오른 무릎과 왼 무릎을 번갈아 손으로 치면서 이야기를 하게 한다. 그런 면에서 수영은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쓰지 않는 근육들을 동시에 쓰게 한다. 그런 점에서 정말 매력 있게 재미있다.


이제 다시 동작을 조각조각 쪼개서 하나씩 연습한 다음에 합체하는 과정을 시작해야겠다. 접영 웨이브를 배우기 위해 몇 주 동안 또 수영장에서 머리를 물에 박고, 물을 먹고, 한두 시간 같은 동작을 반복해야겠다. 유아풀에서 동작을 연습하다가 초급 레인에 가서 전체적으로 합체를 할 때면 설렌다.


그 설렘이 참 즐겁고 좋다.

수영은 정말 좋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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