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5. 26. 쓴 글입니다.
코스:
안성탐방지원센터(11:20) - 동엽령(13:28) - 향적봉(16:30) - 설천봉(16:57) - 덕유산리조트(18:20)
아침 일찍 일어 나는 게 조금 힘들었지만, 아름다운 산길과 능선길에 나는 그만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부러질 것 같고, 얼굴이 익어 촌뇬이 되어가는 줄도 몰랐다.
덕유산은 겨울이 가장 좋다고 하나
이 코스는 사계절이 다 좋을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 곤돌라가 끊겨서 일정이 심각하게 꼬였지만,
금강 산악회 아저씨와 아주머니들께서 관광버스를 태워주셔서
대전까지 슝슝... 아이스크림도 사주시고, 초쿄 바도 마구 주시고,
그리고
꼭 오늘 우리가 베푼 정과 인심을 담에 너네들도 똑같이 베풀라고,
그러니 너무 고마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너네도 우리 나이가 되면 당연히 그렇게 하게 될 거라고 말씀하시던
금강 산악회 잘생긴 , 빨간색 붉은 악마 손수건은 머리에 두르신 대장 아저씨...
비록 전해드릴 수 없지만,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산은 잘 타려고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산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어떤 냄새가 나는지 맡고,
무슨 새가 지저귀고,
매일 먹는 밥이지만 배경화면 바꿔보고 싶은 겁니다.
누가 제게 힘들게 왜 산을 오르냐고 묻는다면
온몸으로 내게 묻고, 온몸으로 대답하는 시간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저 또한 처음에는 맨 뒤로 처지면 민폐 될까 발목이 아프도록 걷기만 해
산을 다녀와도 본 것은 아무것도 없고, 힘들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제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산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합니다.
내 마음속에 질문을 품고
그 답을 찾기 위해서 오르겠다고,
산을 오르는 것은 토익 시험, 모의고사 보는 게 아닙니다.
왜 다들 산에만 가면
잘 타는 거 부러워하고, 못 타면 미안해하시나요?
그것보다는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말할 수 없음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산은 그렇게 타십시오.
산에 사는 주인들도(나무, 흙, 바람, 물, 돌, 새, 곤충 등등)
여러분들이 단지 힘만 들더라고 다른 사람에게 얘기한다면...
서운해할 것입니다.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니깐요.
그들이 보여주고, 들려주고, 맡게 해주는 그 모든 것에 온 몸으로 답해 보세요.
그럼 힘만 드는 산행은 단연코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