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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임경 Nov 03. 2023

우선순위 결정하기

일이 너무 많을 때!

나는 컨디션이 괜찮을 때 일을 엄청 많이 벌였다가, 이후에 차차 수습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하나씩 차례대로 하는 것은 적성에 잘 맞지 않아서, 보통 시작하는 날이 같고 - 나머지 일도 나누어서 매일 1/n씩 해낸다.


그런데, 이러다보면 우선순위가 필요한 순간이 생긴다. 바로 논문 투고 일정이나 공모전이다. 나는 내년까지는 논문 투고를 우선으로 하기로 해서, 어쩔 수 없이 공모전은 뒤로 미루어 두었다. 수업 중 합평 순서가 뒤로 밀린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의 우선 순위는 논문이 되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극단적으로는 해야하는 다른 것도 하지 않을 때가 있단 거다.


예를 들어서, 방 청소가 그 대표적이다. 쌓여가는 논문에 끼어드는 건 먼지다. 실같은 먼지가 하나둘씩 쌓이다보면 먼지 구름이 된다. 먼지 구름은 맨발에 걸리기도 하고, 의자 바퀴에 끼기도 한다. 아무튼 하등 도움 안 되는 것인데 그걸 품고 그냥 논문을 쓴다.


먹을 게 있어도 다 쓰고 먹는다. 그 전까지는 하루에 몇 시간을 굶었는지 세어봐야 할 정도이다. 불규칙한 식습관도 다 이놈의 우선순위에서 먼저 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연재하기로 한 글도 밀린다. 당연하다. 1차 원고 마감까지는 무조건 틀을 완성해야하니까 말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소논문은 보통 다섯 번 정도 엎는 것 같다. 사실 논문 계획 발표때 몇 개의 초고를 가지고 시작한다. 굳이 그럴 필요 있냐는 소리를 듣지만, 누가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대답하기 위해서 이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잡은 주제가 있다. 문제는 범위가 너무 커서, 석사 논문이 되게 생겼다는 데 있다. 대강 썼는데 38쪽을 넘어가고 있으니 여간 큰 일이 아니다. 결국 논문을 쪼개야한다.


이게 우선순위가 되면 아무리 수면제를 먹어도 일찍 깬다. 6시부터 일어나서 고치면서, SNS에서 기상을 알리는 친구들을 한 명 씩 반기며 한소리 듣는다. 10시가 되면 그만 하라는 소리도 들어가면서 한다.


우선 순위가 생기다보니 사람이랑도 자연스레 멀어지는 거 같다. 우선순위에 방해되는 사람과는 연락을 잘 주고받지 않는다.


우선순위, 우선순위.

우선순위에 무엇을 두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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