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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내 Dec 28. 2023

하늘 아래에서의 삶과 물속에서의 삶은 다를바 없다

몸에 힘을 빼고 앞으로 나아가자.

 제법 날씨가 쌀쌀해졌다. 낙엽이 바닥에 챠락챠락 쌓여가던 거리가. 어느덧 사뿐히 내려앚은 새하얀 눈으로 덮여가는 요즘이다. 계절이 먼저 알려주듯, 여름에 시작한 수영이 어느덧 겨울을 향해간다. 수영을 배운지도 어느덧 7개월 차. 


 7개월동안 수영을 배우면서 항상 듣는 말. "몸에 힘을 빼고, 리듬을 타세요." 자유형, 배형, 평영, 접영, 오리발의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이 원리를 몸에 익히는 데 한참이 걸렸다. 각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마주하는 낯섦과 불편한 순간들. 한편으로 ‘굳이 접영까지 배워야할까?’ 라는 반발심이 들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나 이제 물고포증도 어느정도 극복했고, 자유형이랑 배형 정도만 할 수 있으면 되는 게 아닌가?’ ‘계속해서 아침마다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면서 계속 배워야 할까?’ 


솔직히 꾸준함 앞에 매 순간이 고비였다. 하지만, 함께 배우는 엄마와 이모들 그리고 선생님의 리드 덕분에 꾸준함에 굴복하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단계에 와있는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 어느덧 물속이 너무나 익숙해진 요즘. 수영을 어쩌다 한번 안 가다 다시 갔다 오면, 그렇게 하루가 개운할 수가 없다. 이젠 무서웠던 수영이 하루의 루틴으로 익숙해진 기분. ‘언제 나도 저 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싶었던 나 자신. 지금은 새롭게 수영을 배우시는 분들을 보면서, 새삼 뿌듯함을 느낀다. 불과 반 년만에 성장한 나 자신이 뿌듯했다. ‘나 이제 헤엄 좀 치는 듯.’


 삶 또한 이와 같은 이치가 아닐까? 새로운 두려움의 연속인 삶 속에서 '회피'가 아닌 마주하는 자세를 통한 '적응'의 과정이 삶이란 생각이 든다. 너무 완벽하게 하려하기보단,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앞을 향해 나아가려는 태도. 더불어 새로운 출발점에 서서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동료와 멘토가 내 삶에 있기에, 본래 외로운 존재인 인간이 더불어 함께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너무 몸에 힘을 주지 말고, 힘 좀 빼고, 숨을 고르고 나아가야 함께 멀리 갈 수 있다. 평소 우린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진 않았던가?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에, 일을 완주하고 나면, 그간 신경쓰지 못한 몸에서 바로 탈이 나듯이,,, 지나친 힘을 주는 삶이 때론 우리가 내려놓아야 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뭐 잘 안되면 어때!’ 다시 툴툴 무거운 어깨를 잠시 털고, 숨을 고르며, 한 발짝씩 내딛으면 된다. 그럼, 나의 삶 또한 물 흘러가듯, 삶의 리듬감이 생길 것이다. 나의 삶도 수영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삶도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어치듯 리듬감있게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그럼, 조금은 나의 하루를 더 유연하게 바라보면서, 그리고 매 순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유를 지닌 사람으로 나아갈 수 있을 듯하다.


 낯설기에 처음엔 힘이 잔뜩 들어갈지라도, 서서히 적응해가는 몸의 리듬감처럼. 처음의 낯섦에 주저하기보단, 조금은 힘을 빼고, 새로움을 마주하는 자세를 지닌 우리가 되길 바란다. 그런 삶의 태도가 쌓여서 어느덧 몸에 힘을 빼고 앞으로 유연하게 헤엄치는 우리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몸에 힘을 좀 빼고, 앞으로 나아가자. 물속에서의 유연함을 기억하며 오늘 하루도 리듬감있게 헤엄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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