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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싱키맘 Mar 22. 2022

핀란드어 공공 통역사 #7

내가 이런 자격증을 따게 될 줄이야!

춘분을 맞이하며 이제는 고통스러웠던 2021년과 마침내 작별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월 11일 새해를 열며 복잡한 심경으로 써 내려간 글을 다시 펼쳐본다. 불운했던 사고로 만신창이가 되어 어찌할 바를 몰라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있는 자그마한 어린 아이를 위로하듯 봄바람이 되어 속삭이는 따스한 언니의 목소리..


”이 또한 모두 지나간다

괜찮아 괜찮아 토닥토닥…” 



2022 새해를 열며 


만 46세에 한국어-핀란드어 공공통역 전문자격증을 취득했다. 그와 함께 핀란드 통번역가협회(SKTL Suomen käätäjien ja tulkkien liitto) 공공통역 부문 정회원이 되었다. 넘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도전의 벽처럼 여겨졌었다. 서른 넷을 채우고 독학으로 시작한 새로운 언어 핀란드어. 외노자로서 십 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핀란드인 동료들에게 귀동냥으로 아름아름 서바이벌 핀어로 시작한 나의 핀란드어. 레오가 모국어인 한국어를 하는 게 당연하듯 엄마인 나도 핀란드어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여겼었다. 


핀란드 교육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기도 했고,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좋아서 하는 취미활동을 너머 아름아름 이어왔던 짧디 짧은 지식의 조각들을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정리해보고 싶었다. 

핀란드에서는 통역 자격증 없이도 누구나 통역활동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통역가의 전문성, 역량과 자질에 대한 전문교육의 필요성이 요구되면서 현장에서 오래 활동해온 통역가들에게도 전문과정 이수를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2020년 8월에 시작된 총 150 학점(osp)으로 이루어진 교육과정은 일 년 반 동안 통역 전문 교육가들과 수많은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A4 2~4쪽짜리 에세이를 24편 작성하였고, 분야별로, 통역 종류별 (순차통역, 위스퍼링 통역, 모놀로그 통역, Prima Vista 통역)로 재시험 2번까지 합쳐 총 9개의 시뮬레이션 통역 시험을 보았다. 


1. 공공 통역에서의 전문적 활동 35 학점

2. 보육 및 교육 분야에서의 통역 25 학점

3. 사회복지 분야에서의 통역 25 학점

4. 의료 분야에서의 통역 25 학점

5. 이민업무와 경찰 및 사법 분야에서의 통역 25 학점

6. 선택과목으로는 공공 통역 분야에서의 공문 번역 15 학점 

https://eperusteet.opintopolku.fi/#/fi/esitys/3689870/reformi/tiedot

https://www.takk.fi/fi/koulutus/id/asioimistulkkauksen-ammattitutkinto


2020년  3월 지원했을 당시 15명 선발하는데 약 100여 명이 지원했다는 통지를 받고 엄청 긴장하고 떨렸던 기억이 어느새 두해 전이다. 서류전형 - 필기시험 – 최종면접 그리고 발표까지 필기시험 통과 통지를 받았을 때는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고, 최종면접에서는 이 교육과정을 꼭 공부해보고 싶다는 간절한 심정으로 인터뷰에 임했었다. 지성이면 감천이었을까. 약 3개월 이상 이어진 지난했던 선발과정을 거친 후 6월 초 최종 합격통지를 받던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기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해서.. 그렇게 대학 졸업 후 이십여 년 만에 다시 시작하게 된 학업.. 가족들의 끊임없는 지지와 따스한 격려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고맙고 또 늘 미안하기만 하다.. 


게다가 전교육과정의 수업료가 필수과목 각각 100€x5 + 선택과목 80€x1 = 총 580€ 인데, 이수완료 후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서 우편으로 발송해준 전문자격증 원본과 함께 고용기금에서 지원하는 장학금 400€ 신청하는 방법이 축하메세지와 함께 도착했다. 결국에는 180€(약 24 만원)로 이 모든 과정을 수료할 수 있었다는 것! 학업지원금도 제공하면서. 이것은 만인의 특혜라고 할 수 밖에! 국가가 기본적인 숙식은 해결해줄테니 학업에만 전념해주세요. 그리고 언젠간 노동시장에 진출하여 세금도 꼬박꼬박 잘 납부하는 행복한 일꾼이 되어주세요~! 매우 전략적인 둣 보이나 목표는 균형잡힌 삶을 영위하는 행복한 시민양성임에 틀림이 없어보인다.  


하나의 과정을 마치며 드는 생각은 스스로가 그저 얼마나 부족한지 더욱더 절감하게 되었다는 것.. 거기까지인 것 같다. 긴 호흡을 새롭게 가다듬으며 마침표를 찍으련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해보는 거다. 살아있는 한 삶은 이어지는 것이리니..



2020년 8월 21일 첫 수업 날 Tampereen Aikuiskoulutuskesksus TA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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