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총량의 법칙

by 김민희

툭하면 울었다. 칭찬을 들어도 지청구에도 눈물은 내 앙다문 입술에서 턱 끝에서 뚝뚝 떨어졌다. 도대체, 눈물의 작동원리를 자신조차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니 혼을 낸 선생님은 무안하거나 당황스러웠을 테고 도무지 울 만한 말이 뭐였을까 찾아내지 못한 친구는 나를 어찌 기억할까.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드라마 속 맏이의 대사에 나 혼자 울었다. 처지를 공감하다 못해 몰입되어 눈물바다를 만들곤 했다. 동생은 둘째의 서러움에 폭풍 눈물을 흘렸다고 하니 각자의 눈물 포인트가 있는 모양이다. 꿈을 이루지 못해 혼자 소주병을 든 20대 청춘의 울음소리에 훌쩍거렸다. 들이켜는 소주에 따가운 속이 쓰렸다. 그러나 눈물 총량의 법칙인가. 이제 드라마를 봐도 시큰둥하다. 도리어 따진다. 진짜? 정말 그렇다고? 진심이야? 울 일이야?


살다 보니 눈물도 마르더라는 엄마의 말이 맞나 보다. 술을 사랑하고 평생 불협화음에 아내를 짝사랑하는 남편 때문에 억장이 무너지고, 속에 천불이 나서 비가 쏟아지는 날 밭둑에 주저앉아 통곡했다는 엄마. 이젠 늙어서 눈물도 안 난단다. 눈물이 안 날 뿐 울 날이 없을까. 그러니 울화병이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올랐겠지. 울어야 하는데 눈물이 말라 가슴에 불이 난 병인가 보다. 초월인가? 학교에서 시를 배우며 터득하게 된 관조인가? 사는 게 다 그렇지. 울어서 해결될 일이면 열 천 번도 더 울었다.


애들이 울면 둔다. 누나를 이길 수 없는 둘째 놈 눈물은 그만의 무기다. 놀아주지 않는다고 소리만 크고 눈물 한 방울 나지 않는 울음은 어이없는 강력 무기다. 받아주지 않으면 금방 그치니 그냥 울게 둔다. 40개월 아이에게 삶의 무기가 눈물과 웃음 말고 뭐가 있을까. 하지만 알게 되겠지. `울어도 소용 있는' 예쁜 시절은 금방이란 걸. 세상 즐거운 딸의 울음은 억울함이다. 왜 자기 마음을 몰라 주냐고.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따진다. 엄마의 깜빡 깜빡 건망증을 아직 들키기 싫어서 도리어 큰소리를 친다. 네가 알아서 해야지. 왜 세상 엄마들은 너희들 마음을 알아야 하냐고. 엄마란 위대한 존재이지만 마음을 읽고 받아줄 성인은 못 되신단다. 엄마도 중생이고 어린 양이란다. 그러다 툭, 딸의 마음을 듣게 되는 드라마 대사 한 마디에, 글 한 줄에 봇물 터지듯 울음이 터지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


뉴스에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로 생을 건넌 가족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3,40대 누군가의 느닷없는 사고사에 그 부모와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들의 비통함이 텔레비전을 뚫고 나와 잠시 숨을 멎게 한다. 자식이기에 못다 한 부모에 대한 효도가 서럽다. 부모가 되려고 애를 썼던 눈물겨운 날을 보냈기에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의 깊은 한숨을 안다. 예방접종에 감기로 갔던 병원 어딘가에 아픈 아이들을 안고 자장가를 부르는 부모가 있음을 안다. 사고로 질병으로 어느 날 우리를 떠난 친구, 지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해 눈물로 애도하고 이별하기도 한다. 생면부지의 뉴스 속 안타까운 사연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뻐근해지면서 눈가가 젖는다.

살아보니 살아내다 보니 산전수전이 뭔지 알만한 나이가 되어 그런가. 눈물이 난다. 내 눈물은 말랐지만, 누군가를 위한 눈물샘은 그대로인가 보다. 그래도 기뻐서 눈물이 나는 날만 있으면 하는 어린아이 같은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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