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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향 Oct 28. 2017

베이비시터 vs 어린이집

  워킹맘에게 아이를 낳은 후의 가장 큰 고민은 보조양육자를 선택하는 일이다.

  많은 육아전문가들은 제일 안전한 보조양육자로 조부모를 꼽는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 아이의 육아를 맡기는 것보다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더 마음이 놓이기는 대부분의 부모가 같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조부모 양육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육아는 고된 육체노동인 만큼 최근에는 조부모 육아가 부모자식 간의 갈등이나 사회문제로도 부각되고 있다.


  나는 2년 전 첫째아이를 출산하고 2개월 만에 다시 일하게 되면서 베이비시터를 고용했다. 양가 부모님은 지방에 사신 데다 만약 둘 중 한 분이 아이를 돌봐준다고 해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연로한 부모님께 힘든 육아를 맡기고 싶지 않았고 아이를 키우는 일만은 두 사람의 힘으로 해내고 싶었다. 하지만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맡기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많은 비난을 견뎌야 했고 2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똑같은 상황에 놓였다.


어린이집에서 지진 시 대피요령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눈치보는 베이비시터, CCTV의 딜레마


  갓난아기를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출근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과 친구들, 심지어 회사 동료들도 "쯧쯧" 하며 혀를 차거나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에게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 한 번도 죄책감 같은 것을 갖지 않았음에도 나는 '아이를 내팽개치고 일하는 매정한 엄마'가 돼있었다.


  그런 선입견은 엄마인 나의 몫이었기에 참을 수 있었지만 더 힘든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계속됐다.

  베이비시터는 좋은 분이지만 우리 부부와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생후 2개월의 아이를 돌보는 일이 체력적으로 힘든 데다 스트레스를 받으므로 서로 불만이 쌓이고 그것이 때로는 말이나 행동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목숨만큼 소중한 아이를 봐주는 분이니 보수도 넉넉히 드렸고 늘 눈치를 보며 행동해도 아이를 보는 일은 그런 것이다. 잘돼도 티가 안 나고 조금만 잘못되면 문제가 생긴다.


  또 아무리 주관이 강한 엄마라도 아이와 관련해서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쉽게 흔들리거나 동요하기가 쉽다. 선배들이나 먼저 아이를 키워본 친구들은 베이비시터의 육아방식, 이를테면 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방법 등에 대해 끊임없이 참견하고 조언했다.


  그중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CCTV 설치에 관한 문제였다. CCTV는 베이비시터를 불신해서가 아니라 아이의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베이비시터와의 갈등이 심각해 매스컴에서도 많이 다루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말하지 못하는 아이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은 CCTV에 의한 증거뿐이라는 점을 들어 필요성을 강조한다.


  우리 부부 역시 CCTV의 필요성을 알았지만 베이비시터에게 쉽게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어느 기사에서 베이비시터의 인터뷰를 인용하면 이렇다. "회사원들도 틈틈이 스마트폰 하고 휴식도 갖잖아요. 그런데 상사가 책상에 CCTV 설치해놓고 실시간으로 감시하면 누가 좋겠어요?"


어린이집 맡기기엔 너무 작은 아기


  어린이집은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선택이다. 아주 작은 규모의 가정어린이집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CCTV를 설치하고 있고 단체보육은 좀더 전문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16개월의 첫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이후 걱정과 달리 또래친구들과의 사회성을 배우고 지진·전쟁 등 재난 대피요령과 같이 집에서 소홀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는 것을 보며 선생님들을 신뢰하고 의지하게 됐다. 또한 어린이집은 정부지원으로 무상보육이 가능하므로 한달 150만원 안팎의 베이비시터 비용을 아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둘째아이를 낳고 어린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은 또다시 망설여졌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보기 전에는 갓난아기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했다. 과거 육아휴직 자체가 없던 시절에는 워킹맘이라면 100일도 안된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길 수밖에 없었고 천지 분간도 못하는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는지를 알지도 못하니까.


  그렇지만 막상 내 자식을 낳고 보니 목도 못 가누는 갓난아기 여러 명이 나란히 누워 하루종일 울어대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불안하고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생면부지 남에게 맡기는 것은 피차일반이지만 낯선 환경이 아닌 집에서 온전히 내 아이만 집중할 수 있는 베이비시터에게 맡기는 것이 지금으로선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됐다. 좋은 베이비시터를 만날 수 있을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말이다.


  출생신고를 마치고 2년 전과 같은 고민을 하며 누구든 아이들이 부디 안전하고 밝게 자라도록 보살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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