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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향 Oct 19. 2017

아동학대 의심되면 신고하세요

  둘째아이를 출산한 지 나흘 만의 일이다. 병원을 퇴원해 집에서 두 아이를 돌보고 있는데 이른 아침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현관문을 열어보니 경찰관 두 명이 서 있는 게 아닌가.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돼서 방문했습니다. 집안을 살펴봐도 됩니까?"

  "예…. 들어오세요. 그런데 아동학대라고요?"

  "어린아이들이 번갈아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요. 주민들이 아이 안전을 걱정해서 신고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낯설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우리 부부는 어쩔 줄을 몰랐다. 1~2분가량이 흘렀을까. 복잡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어지러운 사이 경찰들은 집안을 빠르게 둘러본 뒤 "실례했다."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 돌아갔다.


  아동보호와 관련한 법이 잘 지켜지는 북미나 유럽에서는 이런 일이 흔히 일어난다고 한다. 아동학대는 단지 폭력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잘못된 훈육과 방임 등을 포함한다. 만약 아동학대가 의심되는데도 이를 신고하지 않는다면 그 역시 범죄가 되는 것이다. 평소 아동학대에 관한 뉴스를 자주 접하던 우리는 아동학대범으로 의심받은 것에 대해 조금도 불쾌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구나.'라고 깨달은 사건이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처한 이 육아전쟁같은 현실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한가지 의문이 드는 점도 있었다. 최근 뉴스에 나온 아동폭력 사건들을 보면 대부분 가해자는 친부모나 양부모에게서 발생했다. 우리가 아무리 겉으로는 평범한 부모처럼 보이더라도 아동학대 여부를 조사하는 상황이라면 단순한 확인에서 그쳤을 게 아니라 아이 상태와 보호자와의 관계 등을 더 주의깊게 살펴봐야하지 않았을까.


  아동 범죄는 주위의 관심과 처벌만이 막을 수 있다. 선진국이라도 아동 범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강력한 처벌로 인해 피해아동이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적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아동 범죄의 경우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아이가 방치되다가 사망한 경우가 많다. 피해아동이 뒤늦게 발견됐을 때는 몸이 상처와 멍투성이거나 정상체격보다 심각하게 야윈 상태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찢어놓았다. 심지어 신고가 이뤄졌음에도 가정 내의 일이라는 이유로 후속조치가 없었던 사건도 있다.


  아이의 인권을 지키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지만 사회와 국가의 수준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국 정부가 채택한 UN의 아동권리협약도 '모든 아동이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방법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서 더 나아가 이미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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