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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향 Nov 18. 2017

아이 둘 육아는 극기훈련

  지난 주말의 일이다. 남편의 주말 근무로 낮 12시간 종일을 혼자서 아이 둘과 함께 보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평일에는 큰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가 오후 3~4시 데려오므로 혼자 아이 둘을 돌보는 시간이 기껏해야 3~4시간뿐이다.


  아이들 나이나 상황에 따라서 하나와 둘이 무슨 차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국에는 두살 미만 터울의 형제·자매를 두고 ‘투 언더 투’(Two under two), 즉 ‘두살배기 밑에 두살배기’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어린 아기 두명을 한꺼번에 보는 것은 힘들다는 뜻이다.


  점심시간쯤 생후 2개월짜리 둘째에게 젖을 먹이는데 큰아이가 밖을 나가자고 졸랐다. 어린이집에서 바깥활동을 할 시간이라 답답했던 것이다. 아직 말을 못하는 나이다 보니 현관에 놓인 자기 신발을 들고와서는 엄마 손에 쥐여주며 의사표현을 한다.


  두 아이에게 옷을 입히고 기저귀가방을 챙겨서 집앞 놀이터까지 가는 데만 한시간이 걸렸다. 한시간을 뛰놀게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가 편의점을 가자며 손을 잡아당겼다. 놀이터를 다녀오는 길 항상 정해진 코스다. 아이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골라 3분의1 정도를 먹고는 또 다른 것을 사달라고 졸랐다. 평소 같으면 버릇이 나빠질까봐 안된다고 타일렀지만 떼를 쓰기 시작하면 아이아빠 없이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것을 잘 알기에 두번 더 사줬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네번째로 사달라고 했을 때 “안된다.”고 말했다. 아이는 떼를 쓰다가 소리를 지르며 엄마 가방과 핸드폰 등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단호하게 말하고 혼을 내도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동네를 쩌렁쩌렁 울렸다. 30분쯤 지났을까, 어느 빌라의 창문에서 화난 주민이 항의하는 소리가 들렸다. “애 좀 못 울게 당장 달래요! 애 엄마가 애도 못 달래고 뭐하는 거야. 이런 XX!”


  나는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콩콩 뛰었다. 급히 두 아이를 안아 들고 도망치듯 걸어갔다. 팔과 허리가 부러질 듯 아팠다. 걸어서 2분도 안 되는 짧은 거리인데도 아이가 발버둥칠 때마다 팔의 힘이 풀리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결국은 한쪽 팔을 붙잡아 바닥에 질질 끌다시피 해서 왔다.


  현관 안으로 들어서는데 갑자기 설움이 북받쳐서 엉엉 울었다. 아이도 울다가 지쳐서 잠든 것을 보고는 옆에 누우려고 했더니 이번에는 둘째아이가 잠에서 깨 젖을 달라며 울었다.


  육아가 힘든 것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잠깐이지만 좋은 엄마는 보통의 인내심으로는 되기 어려운가 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지만 잠든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생길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행복을 느낀다. 이 시간들을 버틸 수 있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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