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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향 Dec 05. 2017

문제부모가 만든 ‘노키즈존’

어느 부부가 외식하다가 음식점 안을 뛰어다니는 어린이에게 두번이나 머리를 맞았다. 부부는 어린이를 꾸짖었는데 아이 엄마는 오히려 “어린애가 때려봐야 얼마나 아프다고 그러느냐. 조용히 식사하고 싶으면 집에서 해야지.”라며 뻔뻔스럽게 굴었다.


  인터넷에서 얼마 전 화제가 된 사연이다. 유명음식점의 '노키즈존'(No Kids Zone)이 늘고 있는 요즘, 같은 엄마의 입장에서 봐도 노키즈존화 현상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노키즈존이라는 말 자체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또 일부의 부모가 보인 잘못된 행동 때문에 서비스 이용을 차별받는다고 생각하면 억울하기도 하다.

  노키즈존이 사회이슈가 될수록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사람이 많은 음식점은 거의 가지 않는 데다 설령 가더라도 아이가 조금만 떼를 쓰면 밥을 먹다 말고 부랴부랴 빠져나온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한 날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루 동안 50번쯤 하는 것 같다.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힘든데도 왜 굳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공공장소에 가는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외출이 반드시 부모의 즐거움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마트나 병원 등 꼭 가야하는 곳이 생기고 아이에게 많은 세상을 보여줄 책임도 있다.

  최근에는 음식점의 노키즈존 지정을 두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동인권 차별'이라며 자제를 권고했다. 노키즈존이 차별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만약 특정 노인이 식당에서 행패를 부렸다고 모든 노인의 출입을 금지시킨다면 이 역시 논란이 될 것이다.

  노키즈존의 본질적인 문제는 부모에게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어린아이가 떼를 쓰고 부모의 말을 잘 따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린이가 어른 말을 다 이해하고 행동한다면 어른이지 어린이일 수가 없다. 우리 모두 그런 과정을 거쳐 성장했다.

  해외 속담에는 한명의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힘을 합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정말로 아이를 키우다보니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 아이가 자지러지듯 우는 것을 본 지나가던 할머니가 대신 안아서 달래주기도 하고 어떤 날은 외식하러 갔다가 식당 주인아주머니가 아이를 돌봐주는 동안 편안하게 식사한 적도 있다. 이런 일들을 기억할 때마다 새삼 감사한 마음과 감동이 일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를 데리고 식당에 가거나 전업주부가 비싼 커피를 마셔도 '맘충'이라며 손가락질받는 세상이 됐다.

  인권위의 권고를 보면 노키즈존을 금지하되 어린이가 타인에게 피해를 줄 경우 음식점 내 질서를 위해서 퇴장을 조치하라는 내용이 있다. 이런 사례가 많아지면 하나의 외식문화로 자리잡게 되고 부모들도 자기 아이를 통제하는 데 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까. 내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사랑과 존중받기를 바라면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을 가르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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