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아이를 임신하자마자 숱하게 들어온 말 중 하나가 "동물들은 어떻게 할 거니?"였다.
결혼 전 키우던 강아지 메리와 고양이 슈슈는 내게 반려동물 이상의 존재였다. 외롭고 힘들던 시절 위로가 돼줬을 뿐 아니라 퇴근 후 집에 오면 밥을 주고 화장실을 치워줘야 하는 책임감이 하루를 버티게 했다.
특히 주인 잃은 유기견이었던 메리를 우연히 키우게 된 계기로 매일 저녁 함께 산책하기 위해 회식이나 술자리를 빠지고 일찍 귀가하는 날이 많았다. 주말이면 가까운 남산에 오르며 우리는 우정을 쌓았다. 외출 준비를 할 때마다 좋아서 폴짝거리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그런 메리를 다른 집으로 보내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났다. 양가 부모님과 갈등도 깊어졌다. 다행히 남편만은 전적으로 내 편이 돼줘 아기와 메리, 슈슈가 다 같이 살 수 있게 됐다.
의사나 동물전문가들은 아기와 반려동물이 한 집에 살아도 문제가 없다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가 아기의 건강인데 반려동물은 사람의 면역력을 강화시켜준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실제로 우리집 아이들은 신생아 때부터 동물과 함께 생활했는데도 지금까지 아토피나 호흡기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
그러나 아토피와 호흡기질환의 경우 부모 유전이나 개인 체질에 따를 확률이 높으므로 동물과 함께 키우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일부 의사는 아기가 너무 어릴 경우 동물과 격리시켜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또 아이가 커가면서 강아지나 고양이 털을 손에 쥐고 입안에 넣는 일이 생겨서 자주 손을 닦아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아기가 걸어다니기 시작하면 결국은 엄마들이 반려동물을 다른 집으로 보낸다고 한다.
둘을 함께 키우는 것이 힘들다면 가족이나 지인에게 잠시 동안 맡겨두는 방법도 있지만 가장 최선은 한 집안에서 다른 방에 격리하는 것이다. 사람보다 동물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생명을 지키려는 노력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부모가 동물을 어떻게 대하고 다루는지는 아이의 정서와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아기와 반려동물은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메리는 질투심이 강해서 내가 다른 집 강아지와 아이에게 인사할 때마다 크게 짖거나 으르렁대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아기가 태어난 후로는 얌전히 행동하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 짖거나 으르렁대지 않았다.
동물과 함께 보낸 어린 시절은 아이에게 생명의 소중함도 느끼게 해준다. 메리는 나이가 많은 데다 발견 당시 병이 있었던 탓에 큰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지난 무렵 아프기 시작했다. 하루하루를 슬픔으로 보냈지만 생후 한 달의 아기를 돌보느라 아픈 메리를 따뜻하게 보살펴줄 수가 없었다.
메리가 위급하다는 것을 직감한 날, 아이와 택시를 태워 병원으로 갔다.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봐줬더라면 하는 미안함과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죄책감 속에서 그날 저녁 메리가 떠났다.
힘든 일도 겪었지만 그때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정말 행복했다. 2년이 흐른 지금도 집안 곳곳 남은 흔적과 사진들을 세살이 된 아이에게 설명할 때 우리가 함께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기와 반려동물을 함께 키울지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아기와 반려동물을 돌보면서 회사일까지 하려면 매일 사료를 챙기고 화장실을 치워주는 일만 해도 긴 시간을 빼앗긴다. 목욕과 털 관리, 손톱 관리 등은 할 시간도 없다. 그래서 아기가 생기기 전부터 키우던 반려동물이라면 어쩔 수 없더라도 아기를 낳은 후에는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아주 큰 희생이 따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