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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향 Dec 31. 2017

워킹맘이 가장 힘들 때

  지난 2년 반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꼽으라면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듯 아이가 아팠을 때다. 올 겨울 독감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더니 두 아이가 번갈아 병원에 입원했다.


  아이들이 크면서 병원 신세를 한번도 안지기란 어렵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앞으로 응급실행이나 입원만은 절대 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병마와 싸우는 아이를 지켜보는 것은 두렵고 마음 아픈 일이다.


  말도 안통하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서 작은 몸에 주삿바늘을 수십번 꽂다 보면 혼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어렸을 적 내가 아프면 아빠가 대신 아파주고 싶다던 말이 기억났고 아이를 아프게 만든 스스로를 원망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아픈 아이 곁을 지킬 수 있어서 감사했다. 만약 지금 내가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었다면 손에 잡히지도 않았을 일을 붙들고 얼마나 마음 졸이고 있을까.



  워킹맘이 가장 비극적인 순간 역시 아이가 아플 때다. 휴직하기 전 한번은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았다.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럽고 눈물부터 났다. 때마침 기사마감 중인 데다 아이아빠도 일을 마치려면 몇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몇시간이 몇년처럼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엄마들은 아이에게 달려갈지 고민에 빠진다. 아이가 힘들 땐 엄마든 아빠든 가장 의지하는 사람이 함께 있어줘야 하는데 맞벌이부모일 경우 조부모나 베이비시터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때가 많다.


  마찬가지로 워킹맘은 아이를 키우면서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조금만 기다려. 나중에 해줄게.”다. 지금이 아니라도 아직 많은 시간이 있다는 이유로 아이와의 시간을 미루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깨닫는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는 것을.


  일하는 엄마는 커리어를 쌓으며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경험을 자녀에게 보여줄 수 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교육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함께한 기억들도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모의 일상은 인생이라는 긴 시간의 일부지만 아이에게는 매순간이 사랑하는 엄마아빠와의 추억이고 때로는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아이들은 부모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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