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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향 Jan 14. 2018

공공장소 모유수유 불편하신가요

  지난해 5월 호주에서 한 여성 상원의원이 회의 도중 어린 딸에게 젖을 물려 화제가 됐다. 호주는 2016년 의회 규정을 바꿔 어린 자녀를 둔 국회의원과 직원이 아이를 데리고 출근할 수 있도록 했다.


  모유수유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 육아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임무 중 하나다. 임신·출산과 함께 오로지 엄마, 즉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이므로 숭고함과 모성애를 상징하는 행위로 여겨진다. 모유수유는 아기와 엄마의 건강을 위해서 정부도 권장하며 무엇보다 경제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며 직접 경험해보니 모유수유하는 엄마와 아기에 대한 사회의 배려는 너무나 부족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첫아이를 낳고는 복직 준비를 하느라 한달 반 만에 모유수유를 끊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무수한 비난이 쏟아졌다. “엄마가 맞냐.” “이기적이다.” “아이가 불쌍하다.” 등등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 다시 생각해도 마음이 아픈 말들이다.


  엄마라면 마땅히 모유수유를 해야만 자격이 생기는 것처럼 사람을 몰아세울 땐 언제고 둘째아이를 낳고 5개월 가까이 모유를 먹이다 보니 다른 복병이 있었다. 바로 공공장소에서의 모유수유다.


  우리 사회에서 공공장소 모유수유는 유별난 행동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대놓고 손가락질하거나 힐끔힐끔 쳐다보고, 민망한 듯 고개를 돌리는 등 곱지 않은 시선이 느껴진다.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들 대체로 인적이 드문 곳을 골라 겉옷이나 천으로 아기 머리를 가리는데도 사람들 눈에는 마치 엄마의 가슴이 훤히 보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공공장소 모유수유’를 검색해보면 적지 않은 사람이 ‘불쾌하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비아냥댄다. 그래서 어떤 엄마들은 불편하고 비위생적인 화장실을 찾아 모유수유를 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왜 젖먹이 아이를 데리고 사람 많은 공공장소를 가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 도심을 가도 모유수유실이 있는 곳은 대형마트, 백화점, 일부 지하철역 등 매우 제한적인 데다 아기에 따라 젖병이나 분유수유를 거부하기도 한다.


  사회가, 부모가, 심지어 정부도 나서 모유수유를 강요하는 나라에서 이처럼 보이지 않는 차별이 행해지는 것은 참으로 모순적이다. 모유수유가 아니라도 지난 시간 엄마로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을 생각하면 더욱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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