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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향 May 18. 2018

9개월 아기 어린이집 보내기

8. 이별과 또 다른 시작

  육아의 노련함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게 대부분인데 두번이나 적응 안 되는 것이 있다. 어린 자식을 보육기관에 보내는 일이다.


  첫째 율이를 생후 16개월무렵 어린이집에 입학시키기로 결심했던 2년 전 많은 밤을 고민과 눈물로 보냈다. 둘째는 그래도 한번의 경험이 있으니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첫째보다 더 이른 생후 9개월에 입학이 결정됐다.


  베이비시터와 다음주 마지막 근무일을 남겨놓고 선물과 감사 메시지를 보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3개월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갓난아이를 정성으로 돌봐준 은혜를 어떻게 말로 표현할까. 문자를 썼다가 지웠다 하며 2년 전처럼 또 눈물이 났다.

  비록 엄마 품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가정에서 돌봄을 받던 아이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니 온 가족이 초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아직 걸음마도 못 뗀 아이를 꼭 보내야 하는지 주변사람의 많은 걱정도 있지만 어려운 결정을 내린 데는 나름의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첫째 율이를 위해서다.

  율이도 아직 천지분간이 안 되는 아기인데 아침마다 강제로 어린이집 셔틀버스에 태우는 일은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힘겨웠다. 만약 어린이집에서의 시간을 동생과 함께 보낸다면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큰아이를 막상 보내보니 어린이집이라는 곳이 생각보다 안전하고 선생님도 믿을 만한 분이었다. 이전에는 영아들을 맡아주는 보육시설이 탁아소처럼 느껴져 부정적이고 처음 어린이집에 보낼 때만 해도 온갖 나쁜 뉴스와 교사들에 대한 불신이 컸다. 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담임선생님의 진심을 느낀 후로는 진정 신뢰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외 금전적인 문제나 경제활동 등의 이유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우리 부부가 많은 고민과 의논 끝에 내린 결론이고 첫째아이 때처럼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걸음마라도 뗀 후에 보낸다면 더 나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0세반 아이가 많은 어린이집이지만 우리 둘째를 빼고는 전부 잘 걷는다고 해 혹여나 친구들의 발에 밟히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이가 몇주 전부터 물건을 짚고 일어서 발을 떼는 연습을 스스로 하기에 희망을 갖고 연습시키면서 문득 이런 상황이 서글퍼졌다. 단체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걸음마를 연습하는 아이의 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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