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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향 Jun 28. 2018

보육교사에 대한 높은 잣대

10. 부모들의 이중성

  오늘 낮 정말 당황스럽고 우울한 일이 있었다. 어린이집 원장선생님에게 전화가 와 둘째아이 솔이의 담임교사가 내일 퇴사할 예정이라 다음 주 새 담임교사를 배정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이다.


  솔이는 입학 한 달이 채 안돼 지금도 마음을 졸이며 등원시키는 데다 오로지 자기 선생님에게만 울지 않고 안길 정도로 적응해가던 중이다.


  솔이 선생님은 지난 1년 반 동안 첫째아이 율이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보여줬고 최선을 다해 아이를 돌보는 진심이 느껴지는 교사 중 한 분이었다. 그래서 솔이 담임교사가 누군지 알았을 때 100% 마음을 놓았고 선생님에게 절대적인 믿음과 존경이 있었다.


  그런 선생님이 갑작스럽게 그만둔다고 하니 이제 막 적응한 내 아이도 걱정이지만 선생님에게 개인적으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궁금한 마음도 들었다.


  알고 보니 선생님은 한 달 전 원장님에게 퇴사 의사를 밝혔는데 그동안 새 담임교사를 채용하는 과정이 길어져 이제서야 학부모들에게 알리게 됐다고 한다.


  엄마들 카톡방에서는 난리가 났다. 선생님이 무책임하다는 비난과 고의성을 의심하는 말까지 자기 아이의 안위를 걱정하는 데서 비롯된 사태지만 나와는 너무 다른 생각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을 수 있고 원장님에게는 미리 알렸으니 선생님으로선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나도 아이가 걱정되는 마음은 같지만 선생님의 앞날을 응원해드리고 싶다고 말했지만 다른 엄마들은 동조하지 않았다.


  이번 일과는 별개의 사건인데 아이를 보육기관에 보내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어떤 엄마는 "나는 아이에게 화내도 되지만 선생님은 전문직업인이니 화를 내서는 안된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보육교사가 근무시간 아닌 주말에 흡연하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 엄마가 어린이집에 항의해 퇴사시킨 사연도 있었다.


  모든 엄마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육교사에 대한 높은 잣대는 선생님들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도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다보면 화를 낼 뿐 아니라 때로는 지나친 훈육도 하게 된다. 그만큼 영아를 돌보는 일은 고되고 성숙한 어른이라도 감정조절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자기 직업이라는 이유로 선생님에게만 높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문제다.


  돌도 안된 아이를, 내 직업을 지킨다고 보육기관에 보내놓고 두려움이 컸는데 오로지 선생님에 대한 신뢰로 버틸 수 있었던 시간들이다.

  나는 선생님을 평생의 은인 같은 존재로 기억할 것이다. 아이와의 행복한 경험, 사랑과 용기를 심어준 선생님의 앞날에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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