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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향 Jul 01. 2018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선생님

11. 공동육아

  아이들을 보육기관에 보내면서 가장 고민이었던 것은 다른 집 부모들과의 육아관 차이였다.

  아이를 어떻게 혼낼지, 유튜브를 보여줘야 하는지, 사탕이나 초콜릿을 먹여도 되는지 등등 대부분의 상황에서 나는 엄마들과 부딪쳤고 그 간극을 맞출 이유도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아이의 성향은 부모만이 가장 잘 알고 부모가 일관된 기준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점차 엄마 아빠보다는 어린이집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아이 친구들 모임에 참여하고 다른 엄마들 방식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훈육 문제에 있어 나는 아이가 아직은 혼을 내기에 어린 나이니 어떤 잘못을 해도 화를 내서는 안된다는 주의였다. 반대로 다른 엄마들은 자기 아이가 다른 집 아이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감싸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비슷한 맥락으로 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유튜브 동영상과 단 음식 등을 최대한 허용하는 편이라 거의 방임육아에 가까운 반면 다른 엄마들은 아이들이 요구하는 것을 대부분은 안된다는 말로 제재했다.


  나와 육아관이 다른 입장에서 보면 아이 건강 등에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엄마로 보이겠지만 내 나름의 방식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아주 해롭거나 나쁘지 않은 이상 굳이 못하게 할 이유가 없었다.


  이런 우리 부부의 육아방식을 아이의 원만한 사회생활 때문에 바꿔야 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망설여질 만큼 나에게는 심각한 문제였다.


  아이를 혼내고 싶지 않은데 남의 눈치를 보느라 억지로 혼내야 한다면 차라리 스스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부모 품에만 있게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들었다.


  그렇지만 이런 걱정도 시간이 흐르니 다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엄마들과의 관계 유지도, 아이의 사회생활을 도와주는 것도, 다 내가 처음 겪는 일이라 시행착오가 필요했던 듯하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관찰하니 모두가 저마다 장점을 가진 엄마들이다.


  아이를 필요 이상으로 혼내지만 누구보다 헌신적인 사랑을 주고, 아이에게 늘 직접 만든 좋은 음식만 먹이는 것을 육아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내 아이만큼 아이의 친구도 소중히 생각하는 엄마 등등. 내게 부족한 장점을 하나씩 가진 멋지고 훌륭한 엄마들임을 차츰 깨달아간다.


  공동육아를 하며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이렇게 서로를 알아가고 육아를 배우는 건 필요한 경험인 것 같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아이의 웃음, 그리고 친구들과 쌓아가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한 추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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