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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향 Jul 06. 2018

두 번째 성장동영상

12. 새로운 도전

  자녀 둘을 가진 부모가 흔히 듣는 질문이 있다. "둘 중 누구에게 더 애착이 가느냐."는 것이다.

  아이에게 엄마아빠 중 하나를 고르라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부모도 사람이다 보니 사실은 더 애착이 가는 아이가 있다.


  '아픈 손가락'이라는 말이 있는데 나에게는 미안해서 아픈 아이가 첫째 율이였다.

  둘째아이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고 행복한데 율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릿해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났다.


  율이는 내가 아무런 부모로서의 준비가 안됐던 상태에서 가진 아기다. 책임감은커녕 육아 지식도, 아이를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의 준비도, 좋은 부모에 관한 가치관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준비되지 않은 임신으로 뱃속의 아기는 내 앞날을 가로막는 존재로 생각됐다. 모성애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기를 가지면 모성애가 저절로 생긴다고 하던데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도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온 아기천사.


  생후 2개월 무렵 베이비시터에게 맡겨졌고 눈뜨기 전 출근해 잠들면 퇴근하는 엄마를 주말이 돼야 볼 수 있었던 내 딸.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고 안아주는 것조차 서툴렀던 나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주며 의지하던 아기.

  나는 실수하고 틀리고 실전으로 부딪치며 사랑을 배웠다.


  하지만 둘째는 온전히 완벽한 사랑을 준 게 아닌데도 지금까지 후회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 무엇보다 6개월의 출산·육아휴직을 함께했고 모유수유를 열심히 한 것이 큰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위로했다.


  그래서 둘째를 키우면서는 우울함보다 행복감을 느꼈다. 많은 것을 해주지 않아도 덜 미안했다.

  좋은 곳으로 여행 가지 않아도, 이유식을 직접 만들어주지 않아도, 새 옷을 사주지 않아도 우리가 함께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돌을 앞두고도 돌잔치를 안하기로 해 굳이 성장동영상을 만들 필요를 못 느꼈다.

  그러나 2년 전 율이의 성장동영상을 보다가 둘째도 성장동영상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막내에게는 너무나 미안했지만 율이를 위해 네 식구의 추억을 기념하고 싶었다.


  성장동영상을 만들며 지난 1년의 시간을 돌아봤다. 둘째는 어린이집 입학 한 달 만에 적응을 끝마쳤고 율이는 1년 반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어린이집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정말 한고비를 넘긴 듯하다.


  많은 워킹맘들이 말하기를 육아휴직이 첫 번째 고비, 어린이집이 두 번째 고비라면 세 번째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라고 한다.


  그래서 남은 3년 반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적인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그 목표가 아이들과 살기 좋은 내집 마련일 수도 회사에서의 승진일 수도 더 많은 추억을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또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수필집을 내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는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지만 출판사에 메일도 보내보고 연재 작가도 신청해볼 계획이다.


  육아에 회사일까지 하는 내가 다시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게 현명한 결정인지 자신없지만 우리 가족에게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과 의미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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