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을 한 번도 안 하며 사는 건 힘든 일일 것이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부부싸움의 방식과 타이밍에 있어서도 고민이 생긴다.
지난 주말 가족들과 글램핑을 갔다가 또 아이들 앞에서 크게 다퉜다. 결혼생활 5년 동안 수없이 많은 다툼과 후회 끝에 아이들 앞에서만은 싸우지 말자는 약속을 그렇게 했는데도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서로 소리를 지르고 욕을 했다. 이후에 밀려드는 자책감은 일주일째 일상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엄마 아빠가 화내는 모습은 무서운 괴물 같아. 내가 말썽을 피우고 동생을 잘 돌보지 못하니까 엄마 아빠가 싸우는 거야. 미안해. 마음이 너무 아파서 심장이 깨질 것 같아.”
남편이 텐트를 나간 후에 가슴을 부여잡고 우는 율이의 모습은 잔상으로 남아 우리가 아이에게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여섯 살이 된 율이는 불과 몇 개월 전과 비교해도 확연히 다른 성숙함을 보였다. 더 나아지지 못한 건 어른들이다.
이번 책을 내면서 브런치에선 쓰지 않았던 남편의 글도 4편 싣게 됐는데 거기에도 부부싸움에 관한 일화가 있었다.
“그래. 다 내 잘못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 부부는 정말 많이 싸웠다. 싸운 이유는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싸움 끝엔 누구 잘못이냐를 따졌고 결국 내 잘못으로 결론 나기 일쑤였다. 누구 잘못인지 따져봤자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아이들이 보고 있을 때만은 싸우지 말자고 매번 다짐하고 서로 약속했는데도 막상 나쁜 상황이 닥치면 결심이 무너졌다.
“아빠, 오늘 산 새 장난감 뜯어줘.”
“지금 11시라 늦어서 안돼.”
“당신 보고 있는 텔레비전이나 먼저 꺼!”
아내의 쏘아붙이는 말에 기분이 나빠 뚱해 있다가 주말 내내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아내는 혼자서 아이 둘을 데리고 동물원에 다녀왔다. 동물원에 다녀온 첫째가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얘기를 하는데 가슴이 철렁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아내는 내게 어떤 설명이나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주말 당직근무로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아내에게 아이들이 같이 자자고 매달렸다. 아내는 매몰차게 “안 된다”며 아이들을 떼어놓았다. 결국 또 싸움이 시작됐다.
싸움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그때그때 상황만 모면한 탓에 감정은 점점 쌓였다. 그러다 보니 금세 예민해졌고 싸움은 반복되었다.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는 수없이 후회하지만 퇴근 후 다시 육아 모드로 돌아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은 날 선 상태가 되어버렸다. 몸이 피곤해서 그럴 수 있다고 합리화하다가도 ‘내게 육아 자격이 없는 건 아닐까’ 싶은 고민에 빠지곤 한다.
어느 날은 율이가 울면서 “엄마 아빠 제발 싸우지 마!” “너희들, 미안해 해, 사과해!”라며 소리쳤다.
‘아차’. 어느 틈에 부쩍 커서 이런 말까지 하는 아이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부모에게서 봤던 안 좋은 모습을 내 아이들에게 반복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만회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안 중 하나가 싸운 뒤 화해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아이들도 자매끼리 혹은 친구끼리 싸우고 나서 화해하는 방법을 배우니 우리가 모범이 되어보자고 했다.
그동안 우리는 싸우고 나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했는데, 어쩌면 아이에게 큰 상처와 혼동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은 싸우고 난 뒤에 반드시 아이가 보는 앞에서 화해한다.
서로 “미안해” “괜찮아” 하며 의무적으로라도 화해의 몸짓을 취하는 것이다. 이게 옳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최선의 방법일 거라며 서로를 위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