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 8개월 아기와 여행하기

by 노향

율이가 태어난 지 8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동네공원, 수영장, 결혼식 등등 많은 곳을 함께 다녔다.


여름휴가를 앞두고 특별한 계획을 고민하다가 율이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결심했다. 걱정할 줄 알았던 남편도 흔쾌히 동의했다.


우리가 가기로 한 곳은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뉴욕. 토론토 근처엔 친한 친구가 살았고 뉴욕에서는 맨해튼의 호텔을 예약했다.


8개월 아기를 데리고 비행기를 탄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다.

실제로 여행해보니 7박8일의 시간 동안 가장 힘든 점은 체력적인 소모였다. 아이를 하루 종일 안고 다니다 보니 사소한 일로 부부싸움도 많이 했다.


무엇보다 아기와 해외여행을 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했던 점이 아쉽다.

가장 먼저 준비할 것은 여권과 비자인데 인터넷을 검색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큰 실수를 하지는 않았다.

어린 아기의 여권사진은 목을 못 가누면 눕혀서 촬영해도 되고 집에서 찍거나 입을 벌린 채 찍혀도 된다. 외국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자동 출입국심사 서비스의 경우 어린이에게는 허용하지 않는다.


비행기를 예약할 땐 배시넷이라는 아기바구니를 예약하는 것이 편리하다. 우리 가족은 이번 여행에서 배시넷 때문에 고생을 치렀는데 승무원들이 배시넷을 분실한 것이다. 배시넷은 이륙 후 기내가 안정됐을 때 설치하는데 승무원들이 분실 사실을 뒤늦게 알아챘다. 14시간 동안 남편과 번갈아 아이를 안고 사투를 벌이다 보니 식은땀이 났다. 옆 승객의 눈치를 보는 것도 힘들었다.


그리고 승무원에 따라서는 아이가 크다는 이유로 배시넷 설치를 거부하기도 한다. 배시넷의 허용 무게는 12kg인데 아이가 허리를 세워 앉을 수 있으면 승무원이 안전을 이유로 거절할 수 있다.


배시넷이 있어도 아기와의 비행이 무조건 편한 것은 아니다. 갈 때는 아이가 배시넷에 눕기만 하면 울거나 보챘다. 겨우 재워서 눕혀도 난기류 때문에 안전벨트 신호가 켜지면 규정상 잠든 아이를 꺼내 안아야 했다.


입국심사 도중 겪은 일은 이번 여행의 최대 고비다. 북미지역을 여행할 땐 입국심사가 까다로운데 아기용품이라고 절대 관대하지 않았다.


우리는 캐나다행 비행기를 탈 때 아기에게 먹일 액체분유 4통을 가방에 넣었다. 원래 액체는 기내 반입이 안되지만 아기음식일 경우 소량에 한해 허용한다.

그런데 우리가 가지고 있던 분유는 국내 제품이라 상품명칭 빼고는 영어로 표기된 것이 없었다. 공항 직원은 아기유유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며 압수했고 여러 차례 항의한 끝에 겨우 돌려받을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에서다. 남편은 SSSS라는 특별검사시스템에 뽑혀 입국심사를 받았다. SSSS에 대해 몰랐던 우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공항직원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남편을 연행했다.


남편은 조사받은 지 한참 후에 나타났는데 호텔에 도착해 몇 시간 동안은 기분이 나쁘다못해 우울해 보였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남편은 무난하게 통과한 편에 속했다. 옷을 벗게 하거나 속옷 사이로 손을 넣는 일도 있다고 한다.


미국이 테러에 민감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런 일을 겪고나니 여행을 망친 기분이 들었다. 미국 여행을 하는 이상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며 서로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번 여행이 우리에게 오랜 시간 잊지 못할 추억을 줬다는 점이다.

어느 곳을 가고 무엇을 보든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율이가 새로운 환경에 낯설어하던 모습, 이색적인 풍경과 사람들을 보고 놀라워하는 표정과 행동 등등. 모든 순간이 우리 부부의 마음속에 사랑스러운 율이의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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