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 난생처음 걸린 지독한 독감

by 노향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아팠다. 가벼운 몸살인 줄 알고 약국에서 약을 사 먹었는데 이튿날 오한이 오면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 몸을 세우고 앉아있기조차 힘들었다. 몸을 일으키니 세상이 빙글빙글 돌며 현기증이 났다. 몸이 아파서 힘든 것보다 덜컥 겁이 났다. '아프면 안 되는데. 율이에게 옮기면 어떡하지…"


워킹맘은 아픈 것도 죄다. 엄마가 아프면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는 것도 문제지만 회사에서 눈치가 보인다.

생각해보면 결혼 전엔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거나 조퇴했다. 하지만 워킹맘이 되면서는 업무시간에 병원 가는 것이 어려웠다.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많은 배려를 받는데 아프기까지 하면 "그래서 아기엄마들은 안돼."라는 말을 들을까 봐 무서웠다.


그리고 엄마라서 강해야 한다는 중압감도 크다. 앞으로 살면서 이건 작은 시련에 불과할 테니까.


오전 내내 버티다가 부장에게 겨우 허락받고 회사 앞 병원에 갔다. 열을 재니 39.7도라 해열제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편도샘이 부었는데 아프지 않았느냐고 의사가 묻기에 두통이 너무 심해 목이 아픈 줄은 몰랐다고 답했다. 의사는 2시간 동안 수액을 맞다가 가라고 권했다. 부장에게 얘기하니 수액을 맞고 조퇴하는 게 어떠냐고 하는데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수액을 맞고 병원을 나서며 조금 울컥했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나? 매일 아침 출근이 힘들다고 투정했지만 그래도 할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서러웠다. 위로받고 싶었다.


주말 내내 누워 있다가 어제저녁엔 약을 먹고 기운을 내 설거지를 하고 아이를 돌봤다. 남편도 어느새 감기가 옮았는지 아프기 시작했다.

워킹맘은 슈퍼맘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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