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 워킹맘의 명절

by 노향

연휴 시작 전부터 사소한 이유로 부부싸움을 했다.

"처가엔 무슨 요일에 가지?"

"금요일에나 갈 수 있겠지 차례 지내려면. 얼굴도 모르는 시집 조상님들 제사 지내야 하잖아."

"왜 말을 그딴 식으로 해?"

"……"


결혼 1년차, 두 번의 명절과 두 번의 제사를 지내며 내가 겪은 제사문화는 지난 35년의 인생에서 배우고 경험한 지식을 기준으로 볼 때 불합리한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제사 문화의 일부는 존중하지만 맞벌이부부가 대다수인 현대사회에서 관습이라는 미명 하에 며느리들만 일하는 건 잘못됐다.

내 시집만 해도 나부터 형님, 시어머니가 모두 맞벌이를 하는데 제사음식 만들기와 설거지는 여자만 한다. 그나마 내 남편은 제사음식도 거들고 설거지도 하지만 시집에선 외계인 취급을 당한다.


내 친정에서는 차례나 제사를 형식적으로 지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엄마가 전업주부임에도 아빠가 주방일을 돕는다. 남자들이 식사를 마친 후 여자들이 남은 음식을 먹는 문화도 없다.

제사 당일 간소하게 장을 보고 저녁 6~7시경 작은집 식구들이 와 저녁을 먹은 후에 9~10시경 헤어지는 게 다였다. 특히 평일 제사는 다음날 출근도 문제인 데다 작은 부모님이 먼 지방에서 오시므로 더욱 그랬다.


반면 시집 제사는 모든 형식을 갖추진 않아도 전날 장을 본 후 며느리들이 모여 하루 종일 제사음식을 만들었다.


얼마 전 한 기사가 인용한 설문을 보니 30년 후에는 지금의 제사문화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 이런 변화의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다. 제사를 간소화하거나 가족여행으로 대신하며 조상을 추모하는 경우를 주변에서도, 매스컴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내 딸 율이도 커서 결혼하고 나처럼 며느리가 될 수 있다. 더 이상 부계사회가 아니라 개별가족의 경제활동이 주가 되는 환경에서 여성의 명절 희생은 가정불화를 초래할 뿐 누구도 편안하지 않다. 시대는 변화했고 그에 맞게 관습도 바뀌어야 한다.


1년 전 추석, 만삭의 몸을 쪼그리고 앉아 반나절 내내 전을 부치다가 남몰래 눈물을 훔쳤던 일을 떠올리며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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