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과 함께 고열에 시달리다가 링거를 맞은지 4주가 흘렀다. 그동안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만큼 일상은 엉망이 됐지만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텼다.
오늘 아침 몸이 다른 날보다 유난히 무거웠다. '오늘 하루만 버티자.'란 심정으로 몸을 일으켜 출근 준비를 했다. 지하철 안은 빽빽하고 여기저기 기침과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요즘 감기가 유행이라더니 그런가 보다.
나는 한 달 동안 총 4군데의 병원을 다녔다. 초반에는 하루나 이틀이면 낫는 감기일 줄 알았는데 수액을 맞고 약을 먹으며 주말 내내 푹 쉬었는데도 차도가 없었다.
일주일을 그렇게 앓다가 기침과 가슴 통증이 심해져 누워있기조차 힘든 날 집에서 차로 30분 걸리는 종합병원 응급실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고 폐렴성 감기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다시 약을 처방받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3일 후 집 근처 종합병원에서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컨디션이 조금 회복되는가 싶었는데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보습제와 연고를 바르고 가려움증을 못 참아서 긁다가 피도 났다. 밤에는 얼음찜질을 하느라 한두시간 깊이 자는 게 다였다.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차라리 병원에 입원하고 싶었지만 회사일이 마음에 걸려 그러지 못했다. 지난 한 달은 1년 중 회사 업무가 가장 바쁜 기간이었다. 창간기념호를 만드느라 지면기사를 평소보다 두배 넘게 썼고 외부기관 리서치와 인터뷰를 진행해야 해 마음 놓고 아플 겨를이 없었다.
지난주에는 귀가 갑자기 안 들리기 시작했다. 회사 근처 이비인후과에서 진찰을 받았는데 중이염 때문이라고 했다. 한달 내내 먹은 약에 내성이 생겼을 거라며 의사가 강한 약을 처방해줬다.
이제 몸을 추스를 정도가 되니 남편이 아프다. 어젯밤 기침하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아이도 훌쩍훌쩍 콧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남편도 나만큼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미안했다. 아이도 안아주지 못했다.
출산 후 복귀한 지 이제 10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나의 한계를 느낀다. 일과 육아, 둘 중 어느 하나도 완벽할 수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