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 워킹맘의 회식

by 노향

워킹맘은 포기할 게 많다. 아이의 성장과정을 놓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을 포기하는 것이 가장 크지만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중 하나가 회식에 관한 것이다. 업무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하고 야근을 못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다.


일반적인 회사원은 많아야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회식을 할 것이다. 친한 동료끼리 가볍게 하는 식사 정도는 자발적으로 불참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기자 일을 하다 보면 만날 사람이 많다. 사내 회식뿐만 아니라 외부 취재원, 출입처 기자모임 등등 더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게 된다. 물론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 욕심을 내다보면 꼭 참석해야만 하는 자리가 생긴다.


결혼 전에는 이런 약속이 거의 하루에 한 번 정도 있었다. 퇴근 직후 귀가하는 일은 1년 중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복귀한 후로는 1~2주에 한번 정도로만 약속을 정한다. 그마저도 아이에게 미안하고 남편의 눈치가 보여서 집에 가기 전까지 내내 불안한 마음으로 있는다.


결혼 전 회사 상사 한 분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워킹맘이었는데 회식 때마다 전화를 붙잡고 씨름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전화기 너머로 어린 아들이 "엄마, 오늘은 술 마시면 안돼! 술 안 마신다고 약속해!"라며 매달리는 것이 가엽게 느껴졌다.

우리 아이는 아직 어려서 그런 일은 없지만 늦은 밤 집에 왔을 때 잠들어있는 얼굴을 보면 슬픔이 북받쳐올랐다. 아침에도 잠든 사이 집을 나갔는데 하루 종일 아이의 웃는 얼굴과 목소리를 스마트폰 속 동영상으로밖에 못 봤다는 사실이 슬펐다.


연말 송년회가 많아지면서 지난 한 달은 죄인처럼 살았다.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한편 워킹맘이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내 삶과 일상은 아이와 절반씩 나눠야 하는 것을 알았는데 끊임없는 질문이 나를 괴롭힌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아니, 지금 나에게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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