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 신기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율아~" 하고 불렀는데 우연의 일치로 "네~" 하며 대답할 때, 엄마를 따라 숟가락질과 칫솔질을 할 때, 동화책을 넘기면서 내용을 아는 듯 고개를 끄덕일 때, 내 아이는 천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런 얘기를 하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웃으며 "원래 자기 아이는 다 천재 같아 보이는 법."이라고 말한다.
엄마들의 SNS만 봐도 내 아이의 천재성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깨닫는다. 아는 선배의 돌을 갓 넘긴 딸아이는 쉬를 하면 스스로 기저귀를 벗고 부채질하며 새 기저귀로 갈아달라는 제스처를 취한단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와, 진짜 천재 같아요."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며칠 전에는 그 선배가 SNS에 새로운 이야기를 올렸는데 29개월이 된 딸이 엄마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는 것이다. 물론 아는 단어보다 처음 보는 단어가 대부분이지만 모르는 부분을 얼버무리거나 다른 말로 대체해 꾸며내는 능력까지 있다고 한다.
친한 친구의 딸은 36개월차에 스스로 어린이 변기에서 볼일을 보고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한다. 밥 먹고 빈 그릇을 설거지통에 넣는 일도 알아서 척척 한다.
이런 아이들의 능력은 정말 대단한 것처럼 생각되지만 알고 보면 부모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 아이가 "네~"라고 대답하는 것도, 선배의 아이가 동화책을 읽는 것도, 친구의 아이가 빈 그릇을 정리하는 것도 다 부모의 행동으로부터 온 것뿐이다.
얼마 전 TV 다큐멘터리에서 이런 비슷한 내용이 방송됐다. 평소 아빠가 엄마를 장난으로 때리고 욕설도 하는데 그 집 아이 역시 부모 몰래 동생을 밀치거나 의자로 때리는 모습이 CCTV 영상에 찍힌 것이다.
아이는 모든 것이 백지상태라 새로운 현상을 보면 보는 대로 들으면 듣는 대로 흡수할 수밖에 없다. 그런 행동들이 부모에게는 전부다 놀랍게 느껴지는 것이다.
어제는 율이에게 치즈 속에 들어있는 캐릭터 스티커를 건네주니 "예!" 하고 인사하며 고개를 숙인 뒤 냉장고 문에 붙이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남편이 말했다. "우리 아기, 천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