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 2017년 9월, 새로운 2세의 탄생

by 노향

인생이란 가끔 버라이어티하다 못해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다. 삶이 계획대로만 흘러가준다면 사는 일은 좀 더 평화로울 것이다.


개와 고양이를 포함 다섯 식구가 비좁은 집으로 이사를 앞두고 싱숭생숭하던 차에 둘째를 임신했다. 내심 기다리던 아이라 반가운 마음도 들었지만 곧바로 태산 같은 걱정이 시작됐다.


어차피 낳을 둘째라면 시기만 조금 더 앞당겨졌을 뿐이지 싶다가도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워킹맘에게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과 둘을 키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두 아이의 터울이 두 살밖에 안 돼 보모의 육아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 것이다. 같은 시간을 맡겨도 1.5배의 비용을 지급해야 하므로 맞벌이의 경제효과가 마이너스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오늘로 임신 7주차가 됐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사는 통에 6주3일차가 돼서야 임신 사실을 알았다. 그동안 컨디션이 나빴던 것이 단순한 과로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

뱃속의 아이에게는 미안했지만 큰아이의 어린이집 대기 문제, 베이비시터 고용과 비용 문제, 좁은 집에서 여섯 식구가 살아가야 하는 막막함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그보다 당장은 언제 어떻게 회사에 이 사실을 알릴지의 문제가 시급했다. 가뜩이나 분위기가 안좋은 데다 얼마 전 팀내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후배가 있는데 8개월 후 내가 다시 육아휴직을 내게 됐으니 말이다. 이 자리를 지키려고 나는 얼마나 많은 눈치를 견디고 지금보다 더 힘든 과정을 이겨내야 할까.


연말까지 계획해놓은 프로젝트나 입덧하며 출근길 지옥철을 타는 일, 출산의 고통에 대한 기억마저 되살아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직 천지분간 못하는 첫째아이가 동생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걱정이다.


그럼에도 새 생명의 잉태는 감사하고 축복받아야 할 일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비록 나는 준비된 엄마, 너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 엄마가 아니라서 미안하지만 아가야…. 나에게 와줘서 고맙고 부디 건강하게 버텨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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