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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9. 율모삼천지교
by
노향
Jan 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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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새 전셋집을 계약하기로 했다. 출퇴근 시간을 줄이려고 서울로 이사를 결심한지 두 달 만이다.
그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우리가 원하는 조건에 딱 맞는 집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집을 구하는 일이 당연히 그렇겠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회사 근처의 집을 알아보다가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1. 회사가 가깝지만 어린이집 등 교육환경이 안좋은 집.
2.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30분 거리에 교육환경이 좋지만 낡은 집.
3. 교육환경과 집 상태가 좋지만 대출 부담이 큰 집.
금전적인 문제가 없었다면 나도 남편도 무리해서 3번 집을 선택했을 것이다. 우리에겐 아이가 있고 새가 안전한 곳에 둥지를 틀듯 좋은 환경을 찾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므로 맞벌이해서 열심히 갚다 보면 몇년 안에 안정된 가정을 이룰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진 돈은 집값의 3분의1도 안되는 몇천만원이 다인 데다 정부 규제로 대출금 한도마저 부족해지자 예산에 맞추려면 출퇴근의 편리나 아이의 교육환경 중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내 회사와 가까운 집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출퇴근의 편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엄마가 빨리 가줄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업무환경상 내가 남편보다는 갑작스럽게 휴가나 외출을 신청하기가 수월했다.
그렇지만 한 달 넘게 찾아봐도 아이를 키우기 좋은 집을 찾지 못했다. 너무 외진 골목이거나 가파른 언덕이거나 마음에 안드는 것이 꼭 한가지씩 있었다.
결국은 아이를 키우기 안전한 곳을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선택하고 서울 방배동으로 결정했다. '결혼 전엔 자식 교육 때문에 이사하는 엄마들을 이해 못했던 내가 결국은 교육열에 합류하는구나.'
아직은 학원을 다닐 나이도 아니고 단지 육아 환경이 안전한 곳을 선택했을 뿐이지만 그동안 지켜온 가치판단이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곧 낯선 동네의, 지금까지 살던 집들보다 더 낡고 비좁은 곳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갈 예정이다. 이상은 높고 현실은 낮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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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엄마. 기자. '아이 가져서 죄송합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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