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8. 남의 편보다 못한 남편

by 노향

여성의 권리가 과거에 비하면 신장됐지만 아직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의무와 책임은 너무나 많다.


아내가 육아를 하면 당연한 것이 되고 남편이 육아를 하면 대단한 것이 된다. 일만 열심히 하는 아빠는 희생적인 가장인 반면 일만 열심히 하는 엄마는 이기적이다. 남편이 집안일을 '돕는' 것은 가정적이나 아내가 집안일을 소홀히 하면 막장 소리를 듣는다.


오늘날을 사는 아빠들은 엄마 못지않게 힘들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렇지만 여성, 엄마, 특히 워킹맘에게 가해지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 가끔씩 내 숨을 조여 오는 것 같다.


가정보다 회사일에 더 올인해주기를 바라는 상사와,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고 말하는 이웃들, 맞벌이를 해도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도 모자라 가장 믿고 의지했던 남편조차 뒤통수를 친다.


어젯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다가 너무 공감되는 글을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대뜸 하는 말이 "기사 속 여자들을 불쌍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아이나 좀 잘 봐."라고 하는 것이다. 내가 언제 아이를 안 봤느냐고 따지니 며칠 전 브런치에 쓴 글을 들먹이면서 "아침 출근길에 율이 더 본다고 시간 끌지 말고 저녁에 잘 보라고. 잠도 재워주고."라며 쌀쌀맞게 말했다.


언젠가부터 내가 아이의 잠투정을 잘 달래지 못한 건 사실이다. 몸이 고단하기도 했고 아이의 잠투정이 심하기고 해서 우왕좌왕할 때가 더 많다.

그래서 남편이 저렇게 말한 것은 이해하지만 속으로는 충격을 받았다.


올해 아이의 어린이집 입학과 맞벌이생활을 앞두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 부부의 경우 맞벌이를 해도 아이 하원이나 어린이집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달려가는 사람은 남편 대신 내가 될 확률이 높다. 회사일은 회사일대로 중요한 기획을 여러 건 맡아 벌써부터 심적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을 하다 보면 하루하루 마음 졸이며 버티게 될 날들이 두렵기만 한데 부부 사이마저 트러블이 생기니 나는 홀로 육아세상에 내던져진 기분이 들었다.


워킹맘은 누군가 마음을 알아줄 거라는 기대를 내려놓는 게 낫다.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 더 강인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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