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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레어 Mar 13. 2023

샌드위치 얼마나 좋아하세요?




왜 인지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 샌드위치는 어른들의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빵 사이에 야채와 고기 따위를 끼워먹는다는 점에서 햄버거와 비슷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세련된 느낌이었다. 나 같은 초딩이 우글거리는 롯데리아에선 팔지 않았기에 더 그렇게 생각했던 걸까. 그래서 겉멋이 든 나는 제과점에 가서도 친구들이 소보루빵이나 크림빵을 고를 때 혼자만의 우월감에 젖은 채 꼭 샌드위치를 골랐다. 그리고 친구들이 투명한 비닐포장을 아무렇게나 뜯고 소보루 가루를 흘리며 빵을 우걱우걱 씹을 때 나는 우아하게 눈을 내리깔고 투명한 플라스틱 뚜껑을 역시나 ‘우아하게’ 벗겨내었다. 그때의 나는 스스로를 엘사와 같은 공주쯤으로 설정해두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4등분이 된 샌드위치를 엄지와 검지만을 이용하여 집어올렸다. 못생긴 소보루를 무려 양손씩이나 써가며 먹는 올라프 같은 초딩들과는 다른 초딩이어야 했기에.




샌드위치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기도 했다.

겉멋과 쩌는 허세감에서 시작한 샌드위치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는 여전히 ‘-ing’이다. 오죽하면 출산 전 2년간은 직접 샌드위치 가게까지 했을까. 샌드위치를 만드는 과정에도 애착이 짙다. 신선한 양상추와 토마토를 깨끗하게 씻고 물기를 제거해둔다. 샌드위치의 생명은 속 재료의 물기 제거가 9할을 차지하니까. 그리고 그릴에 살짝 누르거나 토스트기에 은근하게 구워 낸 식빵을 한 김 식혀 눕히고 소중하게 재료를 쌓아 올린다. 고소한 마요네즈와 알싸한 홀그레인을 넣어 숙성시킨 소스를 바르고 치즈도 취향껏 다른 색깔로 두 장씩 얹는다. 기분에 따라 치킨텐더를 튀겨 올리기도 하고 크랜베리를 넣어 버무린 닭 가슴살을 양껏 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손질해둔 토마토와 양상추를 올려 식빵 뚜껑을 덮어주면 인스타에 올려도 괜찮을 법한 비주얼의 샌드위치가 되는 거다.




전생에 티라노사우루스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육식만 좋아 할 수 있을까 싶은 내가 야채를 먹는 몇 안 되는 경우여서 그런가? 여전히 샌드위치에 대한 나의 애정은 변함이 없다. 변한 것이 있다면 엄지와 검지가 아닌 양손을 쓴다는 것과 누구보다 크게 벌린 입으로 우아하지 못한 ‘한입’을 거하게 베어문다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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