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육아와 관계의 균열 ㅡ 사라진 나를 찾으며

우울과 사랑사이, 나를 버티게 한 너

by merry

아이를 낳고 알았다.
내 아이는 예민한 아이였고,
나는 예민한 엄마였다.

임신했을 때도 하루 10시간 이상 서서 일했다.
그래서 아이가 예민해진 걸까?
아니면, 원래 예민한 나를 닮은 걸까?
어쨌든, 내 아이는 정말 예민했다.

작은 소리에도 놀라고,
낯선 사람이 안아주면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수면도 얕았다.
토닥이면 잠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토닥임에 더 깨어나는 아이였다.
잠깐 화장실 갈 틈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친정엄마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손주 돌보는 일에 그녀의 모든 시간을 내어주셨다.
그렇게 11년째, 아들의 ‘할엄마’로 살아주고 계신다.

그런 아이를 나는 매일 안고, 달래고, 껴안았다.
등에 땀이 줄줄 흘러도,
목이 타들어 가도,
내 몸을 내어주는 건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아들은 한 시간 간격으로 울고,
보채고, 다시 안겼다.

가끔 생각한다.
다시 돌아간다면…
그땐 좀 더 잘 돌볼 수 있었을까?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아들보다 내가 더 많이 예민했다는 것이다

작은 울음에도 심장이 조여들고,
밤새 잠을 못 자면 눈앞이 흐려졌다.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 사이에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졌다.

아들을 낳고 거의 한 달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점점 예민해지고,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갉아먹었다.

“나만 이런가?”
“내가 부족한 엄마인 걸까?”
"왜 난 나 혼자 아이를 낳은 기분일까?"
"내 남편은 왜 날 이해하지 않을까?"
"남편은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 걸까?"

조금이라도 잠을 안 자면
아들과 눈을 마주치며
혹시 무슨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눈빛, 숨소리, 움직임 하나하나를 살폈다.

아이의 예민함은
내 감정을 거울처럼 비췄다.
아들은 마치 이런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나의 생각을 모두 알고 있는 듯했다

나는 아이에게 상처 줄까 두려워
더 단단해지려고 애썼다.

하지만 무너졌다.
다행히 어머니의 사랑과 손길 덕분에
나는 겨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들이 100일이 될 때까지의 시간은
그야말로 나의 육아인생에서 가장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다.
산후우울증이 너무 심해져서
아들 육아는 부모님께 맡기고
나는 병원에 한 달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잠을 못 잔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리고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불안.
전혀 소통되지 않던 남편.
그런 남자와 왜 그렇게 밀어붙이며 결혼했을까.
언니도, 엄마도, 친구들도
모두 말렸던 결혼이었는데…
그땐 내가 너무 외골수였다.

어느 날, 아들을 안고 있다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뉴스에서 그런 엄마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 순간,
나는 뉴스 속 엄마가 되어 있었다.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병원을 찾았고,
산후우울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조금씩, 회복됐다.
100일이 되자 다시 일을 시작했고
그제야 조금씩,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리고 예전의 밝고 긍정적이었던 나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문득 깨달았다.
예민하다는 건,
예민한 만큼 서로를 깊이 감지한다는 뜻.

내 아이는 작은 온도의 변화도,
내 숨소리도,
내 기분도 느낄 수 있는 아이였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의 감정을
눈빛으로 느낄 수 있는 엄마였다.

예민하다는 건
그만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 시절, 나는
아들에게 나의 모든 감각과 마음을
온전히 쏟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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