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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골드 Aug 20. 2022

서핑은 두렵지만 일출은 행복해


운이 좋게 초대를 받아 양양에서 바다 근처 숙소에 머무르며 서핑을 배우게 되었다. 딱 10년 만에 다시 배우게 된 서핑은 양양으로 가기 전 짐을 챙길 때부터 벌써 내 마음을 두려움에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그사이에 나는 두려움과 무서움이 많아졌다.



첫째 날 짐을 풀고, 마치 동남아 온듯한 더위에 에어컨은 틀었지만 문이 모두 열려있는 서핑 하우스에서 이론교육을 먼저 받았다. 파도의 모양과 하와이 서퍼들의 매너를 배웠다. 이어서 수영복 위에 낑낑대며 서핑슈트입고 보드 위에 엎드려서 패들링을 하며 나아가다 일어서는 자세를 연습했다. 두 번 정도 해보고 곧장 보드를 들고 해변으로 나섰다. 뜨겁게 끓는 모래와 무거워 어쩔 줄 모르겠는 보드까지 들고 있으니 예전에 배웠던 때가 생각났다.



10년 전 처음 배운건 호주의 골드코스트,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였다. 그때는 한국에서처럼 친절한 수업도 아니었고, 해변에서 연습 후 모두 바다로 나가 직접 부딪히고 넘어지며 혼자 익혀야 했다.


그런데 지금 강사님이 파도에 맞춰 밀어주면 푸시업 하며 일어서야 했다. 자꾸만 겁이 났다. 물을 너무 무서워하는 내게 서핑을 배워본 적 있느냐고 물었고, 호주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는 눈이 반짝이며 "골드코스트!"라고 반가워했다. 그 또한 호주에 머무르며 골드코스트에서 서핑을 했었다고 했다. 그렇게 큰 바다에서도 해봤으니 용기를 내라며 힘껏 내 보드를 밀어주었다.


발이 보드에 묶인 채 일어서려다 자꾸만 미끄러지며 넘어졌다. 물에 빠질까 봐, 잘못해서 다칠까 봐 겁을 냈다. 십 년 동안 나는 어떤 부분에는 겁이 없었지만, 조심성이 더 많아졌다.



다음날 새벽 일찍 알람을 맞춰두고 다섯시에 해변으로 나섰다. 바다색이 하얀색에 가까웠다. 분명 전날 낮에만 해도 서핑을 하며 새파랗게 짙은 바닷물이 무서워했는데, 파도도 없는 잔잔한 바다가 평온했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일출이었다. 여섯시가 되는 동안 점점 붉어지는가 싶더니 눈 깜빡할 새 새빨갛고 동그란 해가 아주 작은 모습으로 쏙 내밀었다.



두 시간 넘게 해변을 걷고 웃고 춤추며 떠들며, 온전히 일출을 만끽했다. 새벽을 만나며 행복하다는 느낌이 가득했다. 서핑은 두렵지만, 여전히 나는 행복을 느끼며 웃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서핑을 고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핑은 두렵지만 일출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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