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10월 어느 날, 요새 푹 빠져있는 책 한 권과 노트북을 들고 집을 나섰다. 일부러 햇살을 듬뿍 받을 수 있는 스타벅스 테라스에 앉았다. 머리에 어지럽게 떠오르는 생각들이 너무 많아 글자에 꾹꾹 눌러 담은 후에야 마음이 맑아진다. 마음을 담을 노트북과 수많은 생각들을 끄집어낼 책 한 권이면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하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 평일 오후.
회사를 쉬는 날이면 평일에만 갈 수 있는 런치 식당을 찾아가고, 주말이면 사람이 북적여 가기 어려웠던 곳들을 찾아간다. '이게 바로 평일에 쉬는 자의 여유지'라는 생각에 행복이 한 스푼 더 추가된다. 나는 손꼽아 기다리던 연차의 하루인데, 많은 사람들이 평일의 일상을 보내는 것을 보면 항상 궁금해지곤 한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길래 이렇게 쉬는 걸까?', '나처럼 오늘 하루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일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다가도 주말에는 느낄 수 없는 조금 더의 여유에 이런 날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오늘 읽고 있던 책은 유지혜 작가의 '쉬운 천국'이었다. 처음에는 제목에 끌렸고, 그다음은 문체에 반해 유지혜 작가의 모든 책들을 다 읽어가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책 내용을 알 수 있는 제목을 썼을까.
마치 평일 오후의 여유는 내게 '쉬운 천국'과도 같다. 하루의 쉼으로 천국에 온듯하니 말이다.
연차를 내는 전날 아침부터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까지 끊이지 않는 웃음, 그날 밤에 다음날 출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의 여유. 어느새 8년 차 직장인이 되어도 출근하기 싫은 것은 적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연말이 다가오고 나이를 한 살 더 먹어간다는 압박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 마음은 언제나 어리기에 현실의 나이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밝고 순수하기만 했던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세상의 고단함을 알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내 마음은 어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