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워커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으니 가는 건 무의미하다'라는 생각과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지만 가보자'라는 생각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이 책의 인용문(츠즈키 쿄이치, <권외편집자>중)
제목에 끌려 사게 된 책 <프리워커스 Free Workers>는 퇴사 후 자기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난 마케팅의 '마'자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마케터의 브랜딩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지은 모빌스 그룹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브랜드'로서 메시지를 파는데, 이들의 브랜딩은 일종의 새로운 형태로 실험적이나 결과적으로 성공적이다.
특히 브랜드를 먼저 만들고, 이야기를 붙이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위한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들이 망했을 때를 상상해도 두렵지 않은 이유는 그 브랜드가 사라져도 이야기는 남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야기가 곧 자신들일 테고, 다시 훌훌 털고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니까. 과정 자체를 즐기는 모습. 아 부럽다.
나는 단순히 이들의 경험(브랜드를 만들어온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들이 생각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이를테면,
- 기록에 대한 생각(최대한 가벼울 것, 대단한 뭔가를 만들려 하지 말고, 사라져 버리면 아까울 것들을 붙잡아 두는 정도로만. 그 가벼움에서 가능성이 피어나니까),
- 뭔가를 새로 시작할 때의 태도(남이 비웃든 말든 스스로의 시선에 집중, 새로운 일을 하면 새로운 직종을 스스로 만들어 보는 것, 즉 일을 주체적으로 바라보는 것, 사업이 아니라 프로젝트라고 여기는 것, 몰입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 실패를 통해 배우는 방식(유쾌함을 잃지 않으려 하는 마음, 요인을 분석하여 주제 파악, 모두 아우르려 하지 말고 좁혀서 생각하기, 세스 고딘의 '바다 대신 수영장을 물들일 것'에 대한 인식),
- 새로운 브랜딩에 대한 실험(맨 마지막 정제된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사용자와 관계를 만들어가며 과정과 이로운 것들을 공유하는 것),
-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생각(새로움보다 뚜렷함의 중요성, 시그니처를 단단하게 하는 것) 등
재미있고 자극을 주는 포인트가 많았다.
이들의 일에 대한 가치관에 영향을 준 책, 지금의 일본 츠타야 서점을 있게 한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자본론>에서는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가 올 것이라 한다. 여기서 디자인이란 시각적 부가가치를 위한 그래픽 작업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는 기획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디자이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어떤 한 가지가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원한다는 것도.
‘미래에 누구든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면
나는 무슨 가치를 기획할 수 있을까?’
특히 진하게 밑줄 그어 둔 것은, 저자가 이 책의 내용 중에도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후회할 내용이 있을지도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의 기록은 우리 그 자체다"라고 말한 부분이다.
거기서 용기를 얻었다.
"완전한 실패란 없다."
어딘가 소속되지 않고서 개인으로 누군가가 보는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이 글을 통해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게 언젠가 내게 흑역사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 자체’ 임을 받아들인다. 그러라고 이 책이 응원해 주는 것만 같다. 내가 나중에 무슨 일을 꾸밀진 몰라도, 이 흑역사들이 모여 내게 뚜렷함을 선사하지 않을까. 그렇게 언젠가 나도 모베러웍스처럼 나만의 오리지널리티라는 것을 가지는 날을 꿈 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