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으면 다 언니> 이슬아 편
이슬아의 <부지런한 사랑>을 읽고 의욕이 넘친 적이 있었다. 글쓰기 의욕. 탄탄한 몸매를 가진 연예인들의 사진을 보며 '나도 오늘부터 헬스장 가볼까' 하는 마음 같은 것. 그 책은 그런 용기를 준 책이다.
아이들이 그려낸 이야기는 아무것도 아닌듯하면서도 특별했고, 이렇게만 써도 마음에 감동이 밀려올 수 있구나 싶었다. 물론 쉬운 것이 아니란 것은 금방 알게 되었지만.
아이들에겐 뭔가 남다른 구석이 있긴 하다. 같은 음악을 들어도 아들은 신기한 이야길 한다. 난 그저 마음이 차분해지면 좋겠다 싶어 틀어 놓은 클래식을 듣고, 아이는 '무서운 사람이 짠 하고 나타나는 것 같아' 하며 몸서리를 친다. 어떻게 하면 어렸을 때의 그 순수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이슬아는 그 순수와 우리의 의욕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다.
<멋있으면 다 언니>에서의 인터뷰는 <부지런한 사랑>에서 느낀 이슬아의 아이들에 대한 열렬함과는 좀 달랐다. 씩씩한데 그걸 대놓고 드러내진 않는, 무엇보다 인터뷰이가 된 어색함이 느껴진달까. 그녀조차도 인터뷰를 하는 게 더 편하다고.
사실 <부지런한 사랑> 이전의 이슬아는 잘 모른다. 갑자기 나타나 스타 에세이 작가가 된 줄 알았다. 하지만 인터뷰를 읽고서 알게 됐다. 그녀도 끔찍한 출퇴근의 시간을 견디며 '이게 맞나'를 고민했고, 무엇보다 오래 글을 썼으며, 글로 먹고살기 위해 다소 굴욕적인 경험도 했다는 것을.
그녀가 돈을 벌고 싶은 이유는 그때 분명해졌다는 것도. 싫어하는 이에게 일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될까 봐, 혼자만의 프로젝트를 벌였고 결과적으로 잘 되었다. 많은 이들이 글 구독 서비스를 벤치마킹하게 한 장본인 아닐까.
뭔가 당차고 자신만만하며 자기애 가득한 이미지였는데, 그녀만의 겸손함을 느낄 수 있다. 타인의 시선들 마저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말하는, 종종 어색해하는 그 느낌이 좋았다. 억지스러운 자기 포장 없이, 남이 듣기에 좋을 위로나 교훈적인 말없이 담백했다.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냐는 황선우의 질문에 그녀는 '소설을 잘 쓰고 싶다'라고 한다. 시도조차 해보지 않아도 실패일 수 있고, 해서 망해도 실패일 수 있다는 두려움은 그녀의 솔직함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그녀는 모든 과정을 공유하며 사랑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녀조차 초기에 자신이 그린 만화가 부끄럽다고 하지만, 그런 것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슬아가 있는 건 아닐까.
그녀는 늘 재능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지치지 않고 글을 쓰는 것 역시 재능이다. 자신보다 잘 쓰는 애들 틈에서 좌절하거나 그만두지 않고 '못 쓴 자기 글을 견딜 줄 아는 애'였고 이젠 인기 작가가 된 그녀.
닮고 싶고 담고 싶은 사람이다.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