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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OPHYSIS Feb 17. 2022

조금 모자라도, 계속 쓸 수 있는 용기를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코로나 시국은 곧 엄마들의 종일 돌봄 시즌이다. 그 핑계로 일기 외에는 글을 쓰지 않았다. 그 기저에는 '내가 뭐라고'하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글이랍시고 몇 글자 적어 브런치에 올리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지만, 내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흡입하듯 맘껏 즐기는 독서를 할 때와는 달랐다. 글을 읽을 때도 글이 어떤 구조이고, 어떻게 그다음을 읽고 싶게 하는지, 어떤 인사이트를 담았는지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곤 감탄한다. 글이 쉽게 쓰이는 것이 아님을 잘 알기에. 무엇보다 글에 대한 기준, 안목만 높아지는 것. 이건 계속 글을 쓰는데 제일 큰 걸림돌이었다.


안목이 높아지면서(이전 보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가 쓰는 글에 대해 더 엄격한 평가를 하게 되고 종종 부끄러워지곤 했다. 단 한 명이라도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읽을 글을 쓴다는 것은 굉장한 부담이라는 것도 그렇게 나중에 알게 됐다. 퇴사를 하자마자 단순히 '글을 쓰자' 하는 철없는 생각에 브런치 계정을 만들었고, 몇 개의 글을 발행한 후에야 '아 글이란 건 그렇게 쓰는 게 아닐 수 있겠다' 하며 자기검열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글을 적기가 귀찮아졌다. 제일 좋은 핑계는 육아였다(물론 정말로 육아로 글을 못 쓰게 된 적도 많았지만). 육아를 하면서도 마음이 움직이는 글을 쓰는 이들을 보며 그 핑계는 고이 접어 뒀다.


요즘 나는 '이후의 일과 삶'에 대해 골똘히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지낸다. 20대에 했어야 할 것들을 지금에서야 한다. 여러 고민을 하면서도 분명하다고 느끼는 건, 이제 무엇을 하든 개인이 브랜드가 되어야 먹고산다는 것이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쓴 책 중 플롯에 대한 글을 읽으며 플롯 구조로 보는 내 삶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스토리: 흥행하는 글쓰기>라는 책에서 기본적인 플롯 구조는 1막, 2-1막, 2-2막, 3막으로 이루어지며, 각 막 사이에는 반드시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부분을 읽었다. 끄적끄적. 노트에 76세를 내 인생의 끝으로 적고, 각 막 사이에 나이를 적어 보았다. 1 막은 19세를, 2-1 막은 38세를, 그리고 2-2 막은 57세를 기점으로 다음 막으로 넘어간다.


플롯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어려움이라고 한다. "'어려움', '악인', 혹은 '적대자'로 표현하는 안타고니스트가 존재합니다. 안타고니스트라는 끈끈한 접착제가 3 막을 연결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나만의 안타고니스트를 적어 보았다. 1막이 경제적 어려움이었다면 2-1막은 ‘내 일을 정하는 것’이 되겠다. 퇴사를 세 번쯤 했으면 내 안타고니스트가 될 자격이 있지.


내 인생을 하나의 플롯으로 보면 지금은 2-1막에 속한다. 그렇게 보니 내 나이가 그렇게 많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아직 브랜드가 될 준비를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에 다시 마음이 활활 타올랐다. '브랜딩'은 지금 2-1막 내 인생의 화두이기도 하고, 이제는 누구나 배워야 하는 이 시대의 새로운 교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요즘 이런저런 글을 읽고 있다.



그런데, 책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에 나오는 브랜드에 대한 글을 읽으며 글쓰기에 대한 고민도 해결될 줄이야. 사실 고민이라고 인지하지도 못했는데, 마지막 장, "'내가 뭐라고'라는 함정에서 벗어나기"에서 그런 나의 슬럼프를 응시하게 된 것이다. 그럼 그런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겸손이 지나쳐 스스로에게 엄격해지는 걸 경계" 하면서 계속 쓰라고 한다.


무엇보다 안도하게 한 문장들. 

"평범한 사람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지식인의 목소리가 아니다. 유명인, 권력자, 엘리트의 목소리도 아니다. 나보다 조금 더 아는 사람, 나보다 먼저 해본 사람의 목소리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도 잘 모르지만, 이런 시도를 해보았다' 정도로도 충분하다."

"누구나 목소리 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누구나 살 만한 세상이 온다. 우리 모두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그렇게 같이 한 스텝 밟아 나아가자고 말한다. 이것은 내게 작은 용기를 주었다.


여전히 나도 나를 잘 모르겠고, 눈에 차는 글을 쓰지는 못하지만, 이 책에서 '아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안목만 높아 소비자의 관점에 머물러 있다 보면, 결국 직접 생산자가 되어보는 경험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어차피 나에게 아무도 완벽하게 고고하고 뛰어남을 기대하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드니, 나도 그냥 막 던져 본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홈런 하게 될지도. 


'아는 것'에서 '하는 것'으로 넘어가 '잘하는 것'으로 넘어갈 단계가 언젠가는 온다고 믿으며, 나도 내 목소리를 내본다. 그렇게 나도 '내가 뭐라고' 함정에서 기어 올라와 본다. 그리고 나도 나를 "조바심 내지 않고 믿어주기로 했다. 나에게는 나만의 속도라는 게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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