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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OPHYSIS Feb 22. 2022

'디지털 스트레칭'이 필요한 날

슬럼프? 디지털 피로감?

요즘 오전엔 인스타그램, 블로그, 브런치를 확인한다. 내가 올린 사진과 글에 누가 하트를 눌렀나, 조회수는 얼마인가를 보게 된다. 그러다 문득 오늘은 그런   무슨 소용인가 싶고 지겨워지더라. 그리고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고 수많은 글과 사진에 피로해지는 날. 그런 날도 있지 하면서도 '이깟   뭐람-' 하는 .


슬럼프... 같은 건가?


그런 내게 오늘은 어쩌면 '디지털 다이어트'가 필요한 건 아닐까. 디지털 세상에서 볼 것, 읽을 것은 끝도 없다. 심지어 그것들은 유용하기까지 하다. 하면 좋은 것, 해야 하는 것,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사야 하는 것, 살 때 주의해야 할 것, 배워야 할 것, 저게 요물이더라, 이거 엄청 웃기더라, 이런 일도 있다더라, 그 사람이 그랬다더라... 하면서 제안하는 것들이 때로는 소화가 안 되어 꾸륵거린다. 그럼 나는 어땠나. 나 또한 그런 것들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쓰임이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게시물을 올렸었지. 내가 좋았던 것에 대한 글과 사진이 때로는 누군가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겠구나 싶은 오늘.

 

이런 디지털 활동이 이제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 생각하지만, 어느 날은 잠시 휴대폰, 노트북과 멀어질 필요가 있다. 그럼 디지털 피로감이 확 몰려오는 그런 날은 뭘 하면 좋을까? 휴대폰이나 노트북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적어본다.


  1. 서점에 책 사러 가기, 책 구경도 하기

  2. 일기장에 일기 쓰기, 아무 생각 나열하기

  3. 차, 커피 마시며 소설 읽기

  4. 식물 물 주기, 분갈이, 가지치기, 식물멍

  5. 좋아하는 물건 관리해주기(세척 등등)

  6. 반신욕

  7. 안 쓰는 물건 버리기, 정리하기

  8. 요가, 스트레칭, 운동

  9. 공원 뛰기

  10. 어디로든 나가기

  ...


아무것도 하기 싫고, 다 지겨운 그런 날, '이게 뭔 의미가 있겠어' 하는... 그런 날 해볼 만한 자기만의 아날로그 리스트를 가져 보면 좋을 것 같다. 그걸 하루에 다 하는 게 아니라, 언제든지 뽑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적립해두는 것이다. 이런 리스트를 만들어 보자는 것도 누군가에게 디지털 피로감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저 자기 리스트를 만들어 보며 그런 날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꾸며 보는 것이다. 다 꺼놓고 그저 디지털 다이어트의 날이라 정하고, 푹 쉬는 거다. 하루쯤은 디지털 세상이 보여주는 온갖 흥미롭고 피곤한 정보들로부터 벗어나 보는 것이다.


휴대폰, 노트북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들의 리스트를 적어 두면, 언제든지 그런 날이 와도 호기롭게 '좋다, 오늘 문 닫자'하고 셔터 내리고 즐길 수 있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도 새삼 발견하게 되는 건 덤이다. '슬럼프가 온 건가' 할 게 아니라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 다이어트까진 아니어도 디지털 스트레칭을 해본달까.

 

나는 솔직히 디지털 세상이 주는 유익함에 다이어트는 무리일 듯싶다. 대신 디지털 피로가 올 때 하루 문(화면) 닫고 디지털 스트레칭을 한다면, 다시 다음 날은 더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디지털 세계로부터 내 삶에 유용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디지털 피로감을 슬럼프나 회의감으로 착각하지 않고, 디지털 스트레칭을 해보기. 그러다 보면 자기만의 아날로그 리스트는 더 늘어날 것이고 그 자체가 리추얼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오늘의 나에게 제안하는 글이다. 아주 가끔 찾아오는 이런 날은 '디지털 스트레칭' 리추얼을 가져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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