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물이 정말 좋다. 그렇다고 한 벽을 가득 채울 정도는 아니다. 식물이 하나든 백 개든, 개수가 그 애정의 크기를 말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오늘은 오전 내내 식물을 살피고, 다듬고, 물을 주고, 햇볕 자리를 찾아 주고, 바람을 쏘이느라 시간이 휘 지나갔다.
아닌 척하지만, 요즘 내가 잘하는 게 있긴 한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에 속지 않으려 더 식물을 보살피는 데에 시간을 쏟는 건 아닌가 싶을 만큼.
하고 싶은 것과 내가 잘하는 것이 괴리가 클지도 모른다는 것은 때로 두렵다. 이럴 땐 그저 식물에게 물을 주고 따스한 햇볕을 조금이라도 더 받는 각도를 찾아주며 바람을 쏘아준다.
잎이 터덜터덜 흔들릴 정도로. 그 위에서 물방울이 떨어질락 말락 반짝거리는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노라 치면 마음은 아무 일 없던 듯 고요해진다.
그 순간, 내 마음도 덩달아 먼지를 털어내고 촉촉하게 물을 머금고 빛을 쬐고 바람을 맞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 감각 없이 식물과 마음을 보살피고 나면 비로소 평상시의 나로 돌아와 가벼워진다.
아주 오래간만에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를 생각하면 많은 것들이 하고 싶어 진다. 그 친구에게 내 진심을 알리듯 글을 적어 내려갔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노라고, 그리고 지금은 이런 생각이라고, 그리고 너는 내게 늘 이런 존재라고. 그리고 너의 생각을 듣고 싶다는 말로 끝인사를 대신했다.
메일까지 쓰고 나니 월동을 마친 무화과나무의 새순처럼 마음이 보드라워졌다. 답장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이상하게 후련하다고 혼잣말을 했던 것 같다. 그 메일은 오로지 나를 위한 메일이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그 친구와 함께 꿈에 관한 얘기를 다시 나누고 싶다. 카페에 앉아 다른 것에 대한 고민 없이 그 얘기만.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팔딱 댄다. 한 손에는 커피 한 잔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식물의 원래 자리를 되찾아준다.
그렇지, 강하게 키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