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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OPHYSIS Apr 14. 2022

자기만의 '1'만 만들면

<지적자본론>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이 책을 언급하는 책을 서너 번 접하고선, 계속 궁금했다. 우선순위에 밀려 있던 걸 또 어느 책에서 언급하길래, 바로 구매하여 단숨에 읽었다. 지금 살고 있는 소비사회를 이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세계에서 자기만의 결과를 멋지게 만들어낸 인물의 이야기에는 더 흥미가 간다. <지적자본론>은 우리나라에서 2015년 1쇄를 찍은 이후 2021년 말까지 27쇄를 펴냈으니 말 다 했다. 일단 그 후광효과에 탄력 받아 쭉 읽어 나갔다.


30여 년간 자기만의 비즈니스를 키워온 마스다 무네아키의 경험과 철학이 담긴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 ‘어떻게 이런 지나가는 말을 듣고 저런 생각을 하지? 이 부분을 어찌 이렇게 해석했을까?’ 하며 공감 혹은 감탄 포인트가 여러 군데 있었지만, 몇 가지를 적어 본다.(어떤 부분에서는 시간이 지난 만큼, 고루한 부분도 있었다. 그만큼 혁신의 주기가 짧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다른 책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부분, 즉 현시대는 디자인의 시대 또는 지적자본의 시대이며, 이런 시대에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살아있는 예시를 볼 수 있었다. 2015년 기준, 일본 전역 1400여 매장을 거느린 츠타야 서점은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서적, 음반을 판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꾸준히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공공도서관, 전자제품, 상업시설, 가맹 포인트 등 자신의 전 사업 영역의 중심이며 한 번도 그 초점이 바뀐 적은 없다. 샐러리맨의 삶을 벗어나 처음 연 레코드 상점을 시작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기획회사의 대표가 된 그의 이야기를 통해 사업가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엿볼 수 있었던 게 인상적이었다.


왜 지적자본인가. 그는 소비사회의 시대상을 세 단계로 구분했다. 1단계는 물건이 있기만 하면 되는 시대, 2 단계는 이미 인프라 구축이나 생산력 증대가 완성된 시기로 물건이 넘쳐나 효과적인 플랫폼이 필요한 시기(그는 이 단계에서 츠타야 서점을 기획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오늘날은 플랫폼이 충분한 3단계. 이 단계에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제안 능력이라고 한다. 그 제안 능력이 곧 디자인이다. 미대를 나와 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런 문제가 아닌 그가 말하는 디자인은 고차원적이면서도 오히려 단순하다.

 

"디자인은 가시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생각에 형태를 부여하고 고객 앞에 제안하는 작업이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결국 '제안'과 같은 말이다. (...) 제안은 가시화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디자인, 그러니까 제안을 가시화하는 능력이 없다면, 또 디자이너가 되지 못하면 고객 가치를 높이기는 어렵다. (...)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형태를 부여한다는, 그야말로 디자인의 본질을 이끌어 내는 여정이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지적 활동이다. "


결국 그가 하는 사업의 중심 철학은 '고객 가치'와 '라이프스타일 제안'이다. 흔히 쓰는 고객 가치라는 단어를  허울만 좋다고 여겼는데, 비로소 의미가 와닿았다. 결국 장사를 하려면 판매자 중심의 사고가 아닌, 구매자 중심의 사고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서점을 예로 들어, 경제경영/인문/문학/실용 등으로 서적을 구분하는 것은 유통하는 입장에서 편리한 것이지 소비자(독자)의 입장은 완전히 무시한 행태라는 것이다. 츠타야 서점의 시작은 거기서 비롯되었다. 고객 가치를 위해 수만 가지의 책들을 새로 분류하는 고된 작업을 거쳤고, 그 노하우는 일본 한 지방의 공공도서관까지 전수되어 놀라운 변혁을 일으켰다. 이렇듯 마스다 무네아키는 어떤 사업을 할 때도 그 중심엔 '고객 가치'가 있었기에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판매자를 중심으로 한 곳은 결코 오래가지 못하고 시대의 흐름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사실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은 '자유'와 '부산물'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그의 철학이다. 자유에 대한 나의 편향된 생각을 바로 세워주었다. 그에게 자유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는 방종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의 논리는, 본능이나 욕구에만 따르는 동물에겐 없는 것이 바로 선택의 여지고, 그것은 "인간이 이성을 갖추면서 본능으로부터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즉 무엇이 '의무'인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으며 그에 따르는 것이 바로 자유라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자유가 냉엄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런 의미에서다. 하지만 자신의 꿈에 다가가려면 자유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아니, 반드시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가 단호히 말하는 자유는 뭔가 달콤하고 꿈에 젖은 무언가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다움이 진정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누군들 안 그렇겠냐마는, 나도 늘 자유를 꿈꿔왔기에 더 따끔했다. 무언가를 추구하려면 그 무언가에 대한 나름의 정의부터 제대로 세워야겠다고 반성했다.


그렇게 주눅 들어 읽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나를 허공에 휙 던졌는데, 바로 종장의 <부산물이 행복감을 낳는다> 부분이었다. 이 책에서 다룬 그의 철학, 그가 이루어낸 거의 모든 결실이 실은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자신이 만든 결과물 중에서 의도한 것 이상의 결과물이 탄생하고, 그것이 또 새로운 결과물을 낳는다." 그가 겸손해서일까? 아니다. 그것은 그의 자신감이자 경험에서 비롯된 확신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부산물은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당연하다. 산물이 없으면 부산물도 없다. 부산물을 행운으로 치환할 수도 있다. 의도한 것 이상의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는 행운. 그것은 무엇인가를 이루어 낸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0에는 아무리 무엇을 곱해도 0이다. 1을 만들어 내야 비로소 새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전 모든 말은 그저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느껴질 만큼, 그의 마지막 말이 내겐 이 책의 모든 것이었다.


그가 1983년 종잣돈으로 상점을 열어 그 '1'을 만들어 1400개가 넘는 츠타야 매장과 포인트 회원 수 5천만 명에 이르는 등의 '부산물'을 만들어 낸 것이 바로 힘 있는 근거다.


마스다 무네아키의 바람처럼 이 책이 "각자 자기만의 '1'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불씨를 지펴줄 것이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그래, 딱 1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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