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까지의 여백의 시간 중 가장 의미 있는 대화를 한 날. 그분들과 대화한 시간이 참 좋아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후에도 다시 들여다볼 수 있게 나를 위해 기록으로 남겨 둔다.
내가 오랫동안 좋아해 온 브랜드가 있다. 그 브랜드를 브랜드로 인식하기 시작한 건 사실 몇 년 안된다. 처음 접했을 땐 그저 예뻐서, 마음에 들어서 구매를 했던 것 같다. 기분이 좋고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어떤 물건.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하는 물건을 파는 곳.
그러다 오늘 그 브랜드를 만든 분과 처음으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브랜드를 좋아하니 당연히 그분을 내심 존경하고 있었고, 그분이 어떻게 시작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예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곤 했다. 특히 여백의 시간을 가진 후로 더 그랬던 것 같다.
다가가기 어려울 거란 막연한 생각을 싹 지워주는 말투와 웃음. 자신 있지만 그것을 일부러 꾸며내지는 않는 털털함. 어떤 길고 쉽지 않은 과정을 이미 지나온 이에게만 보이는 아우라. 말하는 와중에도 상대방에 대해 생각하는 배려심. 자신만의 어떤 철학과 고집은 있지만, 다른 이의 생각과 행동까지 충분히 이해하는 듯한 문장들. 모두 인상 깊었다.
그분을 보며 외모, 삶, 재능 등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진정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이에게서만 나오는 복합적인 빛에 대해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 것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은 물론이고. 배우고 싶은 부분이 참 많았다. 나는 특히 지금의 내 시기 상, 그 브랜드의 시작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고,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더 궁금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분은 자신이 잊고 있던 것까지 상기시켜 주어 오히려 고맙다고 했는데, 나는 그것마저 멋지다고 생각했다.
"시작의 시기, 힘들진 않으셨어요?"
힘들고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지만, 자신은 그 당시 그게 '아 이게 도대체 언제 끝날까?' 하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돌이켜보면 그분이 지금 자신이 만들고 있는 물건을 정말 사랑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며 차분하게 말씀하신다.
가끔 나를 좌절시키는 말들이 있다. "좋아하는 것? 그거 너무 이상적인 거 아냐? 어떻게 사람이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있어." 그럼 흔들릴 때도 있다. 그렇지? 너무 이상적이지? … 하지만, 오늘 나는 그분의 말씀을 통해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일의 힘을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것이 적어도 내겐 맞을 수 있다고 나 스스로 용기를 얻은 대목이다.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도 오고 갔다. 지금 내 인생에서의 위치, 지나온 날들과 그들 브랜드의 시작에 대해 오고 가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그동안 책에서는 얻지 못한 지혜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내가 내심 존경하는 사람을 통해 내 모습을 다시 보게 되는 경험도 오랜만에 한 것 같다. 그게 비록 한순간의 인상일지라도 그나마 내게 그 부분이 눈에 띄었으리라 믿는다. 지금 내 상황과 같은, 일종의 '멈춰 서서 돌아보는 시기'가 인생에 꼭 필요함을, 다른 분의 입을 통해 듣게 되는 순간 한 번 더 힘을 얻는다. 조금 늦게 방황하며, 육아맘으로써 한계를 느끼기도 했는데, 나는 그분을 통해 그런 생각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응원의 메시지도 얻었다.
"지금 잘하고 있어요. 뭘 해도 야무지게 잘할 것 같아요."
그 말이 쉽게 나온 말이래도 이제 내게 상관없다. 내가 진중하게 받아들이면 되니까.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차근차근해보는 것. 조금씩 찾아 나가는 것. 타인을 통해 잠시 스쳐가듯 보는 내 모습도 나니까. '나'라는 건 그렇게 좋은 대화를 통해 찾기도 하고, 만들어 가기도 하는 것임을 느꼈다.
잠시, 나는 이제 새로운 시작에 조금 지친 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는데, 오늘 내 모습을 보니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새로운 시작을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길 강렬히 원하고 있고, 의미 있는 대화를 좋아하며, 훌륭한 사람을 만나 배우는 것을 사랑한다. 혼자 앉아 이리저리 생각하고 적어 보는 것보다, 대화를 하며 정리가 되는 게 있구나. 아니, 대화를 했어야 정리되는 거였는지도 몰라. 그런 생각이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공기 속에 계속 맴돌았다.
그렇게 한 번 더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해 생각해 본다. 브랜딩? 나 그거 전공하지 않아서 잘 모른다. 하지만 오늘 내가 분명히 본 것은, 스토리텔링, 사진 기술, 분위기, 로고, 철학적인 메시지 이런 것만으로는 모래성이나 다름없다는 것. 제일 중요한 것은 진심을 다해 정성을 쏟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꾸준히 오래, 그런 물건을 만들어내고 연구하며,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고집도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기반이 되어야 기타 브랜딩이 먹힌다는 것이다. 상품이든 서비스든 그걸 구매하는 사람들이 기뻐하도록 계속 업그레이드하며 만들어가기. +오랫동안.
정말이지, 나는 오늘 꿈같은 시간 속에 '성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