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을 간다는 것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다. 6~7년 만에 지하철을 탄 것은 단순히 가고 싶고 가야 할 곳에 주차시설이 전혀 구비되지 않았고, 가까운 공영조차 과도한 요금을 받고 있어서다.
그래서 어젠 오랜만에 여러 번 갈아타야 하는 지하철, 버스, 골목길을 편리한 앱들을 통해 시뮬레이션해봤다. 순간, ‘아 이렇게 복잡한 곳을… 괜히 했다’ 싶었다.
그래도 가보고 싶은 곳이었고 앞으로도 몇 차례 가야 하기에 요리조리 궁리해보았다. 지하철 갈아타는 곳과 출구, 걸리는 시간, 쾌적하거나 빠른 방법을 미리 저장해두었다. 도착할 시간에서 역으로 계산해 아이를 깨우고 등원 준비를 시키고,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 시간까지.
다행히 기상해야 할 시간보다 한 시간 먼저 일어난 나는 ‘오후에는 앉아 있을 힘이 없을지도 몰라’ 하며 독서를 했다. 커피를 내리고 다들 잠든 조용한 새벽, 글을 읽다 뭔가 작은 생각이라도 들면 일기장에 끄적이며. 짧고 깊은 한 시간.
아들 등원 시간 역시, 황급히 아들을 구슬리며 급히 나가는 시간이 아닌 즐겁고도 경쾌한 시간으로 바꾸자고 맘먹었다. 우리는 제시간에 집에서 출발했다. 점프도 하며, 좋아하는 색깔, 아들 친구 이야기도 하며 기분 좋게 걸었다. 내가 예상한 시간보다 이르게 유치원에 도착했다. 난 첫날이라 시간을 봤다. ‘오. 좋아.’
난 그렇게 계획적이지 않고 즉흥적인 부류에 가까운데, 오늘 이 딱딱 떨어짐이 기분 좋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계획을 세우는구나! 지하철도 어제 계획했던 것보다 일찍 도착한 걸 타고 이런저런 기분을 적어보는 지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길을 간다는 것도 이런 거 아닐까. 미리 어느 지점을 정해 놓고 그 주변 상황을 파악해본다. 거기에 뭐가 있고 뭐가 없는지 판단. 그리고 내가 거기 도착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는데, 내 상황에서 무엇을 택하고 어느 시간대를 택해 언제 시작하여 어디서 갈아탈 것이며 예상 도착 시간은 얼만큼인지.
도착하면 다인가. 거기서 또 시작이겠지. 이 길로 갈 수도 있고 저 길로 갈 수도 있는데, 귀찮으면 마을버스나 택시로 쉽게 갈 수도 있겠지. 그래서 어느 정도는 미리 전체적으로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게 필요하진 않을까. 그런 시간이 당일 조금은 더 날 편하게 해 줄 테니까. 쾌적함과 약간의 성취감까지 얻게 해 주면서.
그리고 생각보다, 정말 생각보다는 굉장히 복잡해 보이고 힘들어 보이는 길이 막상 해보면 오히려 즐겁다는 것도. 차를 타고 다니며 주차 없는 곳은 피해 다니며 빠르고 간편하게 다니던 때와 다르게, 나는 골목골목 누비며 이것저것 구경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오늘처럼 조금 일찍 나서고 미리 길을 보아둔다면. 대중교통이 날 데려다주는 시간 동안 난 검색도 하고 이것저것 읽으며 생각을 끄적이기도 한다. 슬쩍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뭘 하나 힐끔 보기도 하고 옷차림과 표정도 관찰한다. 음악을 들으며 이리저리 걸어볼 생각에 오랜만에 학생 시절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직은 유예의 시간을 가지는 중이지만, 새로운 내 길에 대해 방향을 잡는다면, 오늘과 같은 방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힘들고 재미없는 방식은 질색이다. 물론 길을 정한 후에 만나는 부산물은 감수해야겠지만.
이렇게 통통 튀며 걸어본 것도 오랜만이다.
살갗에 약간의 기분 좋은 땀이 맺혔다.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