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선물

by PHILOPHYSIS

올해는 여름의 낌새가 보일 때부터 그 감각을 즐겼다. 이미 여름의 한가운데를 향하고 있는 중에도 나는 여름이 더 진하게 다가오는 그 느낌이 참 좋다.


새벽 일찍에도 몸이 무겁지가 않다. 여름의 공기에는 활발한 생명의 기운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일까. 여름 바람 소리는 건조한 쇳소리가 아닌, 촉촉하게 번지는 기분 좋은 소리다. 이런 새 계절의 감각은 가만히 멈추어 관심 가지지 않으면 잘 모른다. 머리로는 '6월, 여름' 하지만, 가슴으로 그리고 오감으로 아는 것은 오롯이 지금 여기에서 시간을 내어 느끼지 않으면 다 지나가고 나서야 아쉬워지는 것이다.



그날이 그날 같았던, 어느 해 초여름, 나는 '나중에, 그때는 반드시!!!' 하며 미래만 생각했다. 그럴수록 그날의 그날 같음은 계속될 뿐. 내가 그토록 반기는 여름에도, 이런 식이었다. 여름이 왜 이리 덥냐며. 그럴수록 그날이 그날 같은 인생은 계속되는 것 같았다. 여름이 그 여름인 줄 모르고 지나온 수많은 소중한 여름을 잃고 나서야 현재,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방법을 서서히 터득했다.


그러한 노력에도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는지, 나는 이따금 미래(라고 여긴 내 상상)를 살아갈 때가 있다. 그럼 난 다시 내 뒷덜미를 잡아다 여기에 앉힌다. 이 여름빛, 여름 냄새, 생기 넘치는 여름 기운을 좀 보라고. 또 하나의 여름을 놓칠 셈이냐고. 그리하여 올해는 하루하루 여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주 잠깐만 귀 기울이면 되는 것이다. 여름에, 그리고 여름에 대해 느끼는 내 감각에.


무엇보다 나라는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생명체도 자연의 일부임을, 그 순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깊이 새기게 된다. 계절이 여름일 때는 내 몸과 마음과 기운도 여름이다. 바로 여름의 선물이다. 더 이상 그날이 그날 같지 않은, 여름 DAY1, 여름 DAY2, 여름 DAY3...... '여름이 가기 전에 ㄱ에 가고, ㄴ을 하자' 같은 조바심과는 거리가 먼, 마음이 편안해지는 선물. 내 마음에 늘 새로운 여름 날을 하나씩 채우고 혹은 비우며 살아가는 기쁨을, 수많은 여름을 흘려보낸 뒤에야 알게 되었다.


쌀쌀한 바람에 놀라 뒤늦게 지나가버린 여름의 뒷모습을 보며 아쉬워하지 않기를. 지금 이 여백의 시간도 긴 인생 중 여름의 찰나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쓸데없이 요동치는 날은 그 찰나의 찰나의 찰나에 대해 생각한다. 그 찰나스러움을 보고도 그리 요란할 게냐, 나는 나 자신에게 밖을 보라고 말한다. 내 마음의 창, 그 밖에는 초록 들이 넘실대고, 새 지저귐 소리가 반짝이며, 뜨거운 빛은 생명력으로 가득하다. 그걸 보고 있으면 마음에 여름의 힘이 차오른다.


지금이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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