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HILOPHYSIS Jul 08. 2022

소신이 확고해 때때로 외로운 엄마들에게

자발적 고립(?) 행복(!) 육아

사랑하고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

오늘이 행복해야 행복한 삶을 사는 아이,

아이만 키우려 들지 말고 나를 키워야.



육아, 자녀교육에 대한 소신이 있는 편이다. 아이가 기어 다닐 때는 막연했던 것이, 그즈음 읽은 박혜란 저자의 책들을 통해 확고해진 지 오래. 책도 스테디셀러이고, 저자분은 강연도 많이 다니며, 가수 이적의 엄마로도 유명한 분인데, 의외로 이런 육아 철학을 가진 부모를 주변에서 만나기 힘든 것은 아이러니다.



소신이 확고하다는 것은 때때로 외로운 이다. 아이가 어린이집 다닐 무렵, 엄마들과 자주 만남을 가지면서  생각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반응은  비슷했다. 순진한 생각. 어느 순간은 나도 그들의 자녀 교육열(?) 관심 있는 척을 했다. 학원, 학습지, 선행학습, 영어유치원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가, 이내 지겨워져 서서히 만남은 뜸해지고 나는 책만 팠다. 그야말로 책으로 배우는 육아였다.



아들이 서너 살 때엔 먼 미래 같았던 일곱 살인 지금, 아들은 잘만 하고 있다. 정서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그리고 인지적으로도. 믿어주고, 가능한 오늘을 행복하게 살도록, 놀면서 배운다며, 그렇게 키워 왔다. 물론 부족한 점도 많고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시작이 좋다.





정보력(?) 없는 엄마인 나는 그냥 다이렉트로 유치원에 전화해 물어본다. 무엇보다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생각을 모은다. 다행히 수다쟁이인 아들은, 가끔은 tmi 일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한다. "엄마, ㅇㅇ이는 수영 다닌다는데, 재미있대!", "ㅁㅁ이는 한자 박사야. 나도 한자 따라 쓰기 책 사줘!", "ㄴㄴ랑 ㅎㅎ가 오늘 싸워서 원장 선생님한테 혼났다!", "ㅂㅂ는 선생님 말을 너무 안 들어서 내가 속상해!"



그렇게 자발적으로 고립되어 아이를 키운 지 2년, 과거와 비교해 봤을 때 지금이 더 행복한 육아를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학교 가면 어떨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 밑 상가에서 가끔 혼자 밥을 사 먹는데, 4-5시쯤 이른 저녁을 먹으며(난 마라탕과 우육면 킬러다) 엄마들의 대화를 듣곤 한다. 늘 쩌렁쩌렁한 소리와 그 이야기의 디테일함 덕분에 대화의 주제와 흐름에 대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너무 신기했던 건, 처음엔 자유로운 형식(여름휴가, 쇼핑템, 맛집 이야기 등등 무궁무진)에서 시작 -> 학원이나 유치원/학교 이야기 -> 어떤 애와 그 엄마 이야기 순으로 전개되곤 한다.



놀랍다.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내가 본 사람들은 그랬다. 어린이집에서 열심히 어울릴 때도 대화는 보통 그런 구조였다. 그나마 일대일로 만나면 좀 다르다. 더 진솔하고 정이 묻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는데. 꼭 셋만 되어도 왜 대화의 기승전결이 저런 모양새인지 연구 감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 일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아서가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본다.



반면 내 성향은 유독 남일에 관심이 없는 편. 그래서 더 그런 이야기가 불편했는지도 모른다. 하품이 나올 정도다. 내게 중요하지 않는 것들을 관계를 쌓는 과정이라 여기며 '노력'하며 해봤더니 별로 남는 것은 없더라. 





오히려 그 시간에 나와 내 가족에 더 집중했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아니, 이 역시도 한 번은 해봤기에 지금 내 방식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질 수 있는지도 모른다. 비교하고, 남 흉보고, 과시하느라 쓰는 에너지가 없어 더 자유롭고, 무엇보다 아들은 아무 탈 없이 행복하게 잘만 큰다.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내 중심이 되는 기준은 아들의 마음이다. 아들은 2년 동안 태권도를 즐겁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배우고 있다. 자기 조절하는 능력도 덩달아 크는 모습을 보면 놀랍기만 하다. 스스로 '검정띠까지 따면 그다음 00을 배울 거야'라며 목표도 설정한다.



<4~7세 보다 중요한 시기는 없습니다>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세 가지로, 1. 지식(정서와 인지발달의 균형), 2. 주의력, 3. 자기 조절력이다. 외롭기만 한 내 여정에 힘이 되는 책이었다. 나, 엄마로서 잘하고 있는 거야. 확고하다 믿은 소신마저 흔들릴 때 나는 이렇게 마음속에 든든한 나만의 엄마들 모임을 가진다, 책으로써.



나보다 먼저, 아이들을 행복하고 훌륭하게 키워낸 엄마들만 들어올 수 있는 자리. 그래서 가끔, 모이면 내 숨겨둔 불안을 털어놓는다. '아니, 그래도 저는 너무 놓고 있는 것 같진 않나요?' 그런 물음이 올라오면 그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럼 언제나 속이 시원해지는 답변이 돌아온다.



육아 평정, PEACE.





혹여 나처럼 그 길을 혼자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가 있다면 마음으로 응원한다.



저도 아직 가고 있는 길이라, 이래라저래라는 말씀 못 드리겠지만요. 우리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모임 엄마들이 그러더라고요. 모두 아이들을 멋지게 키우고 스스로도 멋진 여성으로 살고 있는 분들이에요. 우리 저~기 끝에서, 이 짧은 육아가 끝나면 웃으며 만나요.



오늘도 파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외동아들 친구 만들어 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