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힘
책의 약발(?) 덕분에 새벽같이 일어난다. 나 같은 잠꾸러기도 이렇게 될 수 있다. 20대에나 하던 새벽 기상이 요즘 힘들지가 않다.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 벌컥 들이켜고 늘 앉는 자리에 앉아 책부터 편다. 늘 깜빡하는 커피를 가지러 갔다 다시 앉는다. 그리고 아들이 빼꼼할 때까지 책을 읽는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보물을 찾으려는 듯 그렇게 책을 읽는다.
이번 약발은 오래갈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내 정체성 자체가 바뀌고 있는 시기가 또 온 것 같아서다.
나는 인생에 어떤 위기감 비슷한 게 들 때 나 자신의 정체성이 바뀌어 왔다고 믿는다. 안정이 없다고 느꼈을 때 안정을 믿는 정체성을 장착, 그 안정이 불안정하게 느껴질 때 그 이상을 원하는 정체성을 장착. 지금의 정체성은 뭐냐면… (ㅋㅋ 안물안궁인 거 아는데) 쓰려니 창피하다.
어쨌든 담배도 ‘서서히, 조금씩’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확 끊는 게 도움 된다던데, 나도 습관이라는 것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
책 <습관의 힘>을 보면 ‘습관 고리’라는 게 있어서 나쁜 습관은 그 고리를 끊어야 하고, 좋은 습관은 그 고리를 형성해야 함을 보여준다. 그 속에 어떤 열망이 그 고리를 순환시키고, 어떤 신호가 반복된 행동을 촉발하며 그로 인한 보상을 얻고, 다시 신호로 인해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돌고 도는 고리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그 책에서 다루는 아주 작은 습관의 변화가 일으키는 연쇄작용을 실험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은 벌떡 일어나 한 가지 작은 습관을 더 만들기로 했는데,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를 5초 만에 휙 정리한 것이다.
그전까진 난장판인 상태로 뒀다. 정리하면 좋은 거 아는데 귀찮았다. 귀찮아하는 나를 알기에 나름 5초 만에 정리하기로 맘 막으니 별로 안 귀찮아졌다. 그냥 나를 위한 작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별것 아닌 그 작은 행동으로 성취감까진 아니더라도 기분 좋은 하루를 맞이하고 싶었다.
오늘부터 아들의 방학이다. 아들은 놀 생각에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부스스한 머리로 빼꼼. 진짜 무서운 녀석이다. 스스로도 “자신은 놀기 위해 태어났다”라고 말한다. 덕분에 고요한 내 독서시간은 약간 줄어들었다.
그런데, 아들 아침을 챙기기 위해 침실 화장실에 갔다 나오는 길에 신기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아들이 자기 이부자리도 아주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것이다. 나보다 더 단정하게. 아들에게 왜 그랬냐 물으니 그냥 엄마 따라 하고 싶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좋은 습관은 나에게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침을 실감하고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아들의 방학을 왠지 알차게 써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었는데, 그저 나 하던 대로 하되 약간의 이벤트만 넣어 주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들에게 “많이 먹어라, 정리해라” 잔소리하기 전에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보자. 아들이 보는 내 모습이 그의 행동에 담겨 있으리라.
여러모로 책의 약발이 잘 받는 요즘이고,
더 진하게 약발 받고 싶은 요즘이다.
그러려면,
“놀기 위해 태어난” 아들을 위해
기상 시간을 더 당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