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HILOPHYSIS Jul 25. 2022

책의 약발

습관의 힘

책의 약발(?) 덕분에 새벽같이 일어난다. 나 같은 잠꾸러기도 이렇게 될 수 있다. 20대에나 하던 새벽 기상이 요즘 힘들지가 않다.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 벌컥 들이켜고 늘 앉는 자리에 앉아 책부터 편다. 늘 깜빡하는 커피를 가지러 갔다 다시 앉는다. 그리고 아들이 빼꼼할 때까지 책을 읽는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보물을 찾으려는 듯 그렇게 책을 읽는다.



이번 약발은 오래갈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내 정체성 자체가 바뀌고 있는 시기가 또 온 것 같아서다.



나는 인생에 어떤 위기감 비슷한 게 들 때 나 자신의 정체성이 바뀌어 왔다고 믿는다. 안정이 없다고 느꼈을 때 안정을 믿는 정체성을 장착, 그 안정이 불안정하게 느껴질 때 그 이상을 원하는 정체성을 장착. 지금의 정체성은 뭐냐면… (ㅋㅋ 안물안궁인 거 아는데) 쓰려니 창피하다.



어쨌든 담배도 ‘서서히, 조금씩’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확 끊는 게 도움 된다던데, 나도 습관이라는 것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 



(출처 : 밀리의 서재)



책 <습관의 힘>을 보면 ‘습관 고리’라는 게 있어서 나쁜 습관은 그 고리를 끊어야 하고, 좋은 습관은 그 고리를 형성해야 함을 보여준다. 그 속에 어떤 열망이 그 고리를 순환시키고, 어떤 신호가 반복된 행동을 촉발하며 그로 인한 보상을 얻고, 다시 신호로 인해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돌고 도는 고리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그 책에서 다루는 아주 작은 습관의 변화가 일으키는 연쇄작용을 실험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은 벌떡 일어나 한 가지 작은 습관을 더 만들기로 했는데,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를 5초 만에 휙 정리한 것이다.



그전까진 난장판인 상태로 뒀다. 정리하면 좋은 거 아는데 귀찮았다. 귀찮아하는 나를 알기에 나름 5초 만에 정리하기로 맘 막으니 별로 안 귀찮아졌다. 그냥 나를 위한 작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별것 아닌 그 작은 행동으로 성취감까진 아니더라도 기분 좋은 하루를 맞이하고 싶었다.



오늘부터 아들의 방학이다. 아들은 놀 생각에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부스스한 머리로 빼꼼. 진짜 무서운 녀석이다. 스스로도 “자신은 놀기 위해 태어났다”라고 말한다. 덕분에 고요한 내 독서시간은 약간 줄어들었다.


 

그런데, 아들 아침을 챙기기 위해 침실 화장실에 갔다 나오는 길에 신기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아들이 자기 이부자리도 아주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것이다. 나보다  단정하게. 아들에게  그랬냐 물으니 그냥 엄마 따라 하고 싶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좋은 습관은 나에게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침을 실감하고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아들의 방학을 왠지 알차게 써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었는데, 그저 나 하던 대로 하되 약간의 이벤트만 넣어 주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들에게 “많이 먹어라, 정리해라” 잔소리하기 전에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보자. 아들이 보는 내 모습이 그의 행동에 담겨 있으리라.



여러모로 책의 약발이 잘 받는 요즘이고,

더 진하게 약발 받고 싶은 요즘이다.



그러려면,

“놀기 위해 태어난” 아들을 위해

기상 시간을 더 당겨야겠다. 




아들과 함께 사부작 사부작






매거진의 이전글 제 아들은 식도가 막힌 채 태어났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