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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OPHYSIS Jan 28. 2023

내가 너를 사랑하는 방식

눈이 펑펑 내리는 아침. 차로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돌아와 시동을 끈다. 이렇게 추운 날 차를 타고 아이를 데려다주고 9시 조금 넘은 시각에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이라니. 누군가에겐 아무 일도 아닌 시시한 일상이겠지만, 나로서는 이전엔 생각도 못 하던 일이다.




커피 한잔 사서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었더니 그 온기에 미소가 올라왔다. 그동안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 있었지, 지금 내가 얼마나 배부르고 따뜻한지를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커피를 내려놓고 바라본 창밖은 칼바람이 매섭고 흩날리는 눈은 거칠다. 그러다 '지금도 꽤 훌륭한데', 싶은 거다. 혼자 하고 있어 가끔은 벅차기도 하지만, 이 일도 나에게 참 잘 맞다 싶은 거다. 계속 이 여유로운 상태에 머무를지는 두고 볼 일이고, 무엇보다 나에게 달렸으니 이 또한 감사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라는 사람은 이토록 조용히 다가오는 여유라는 걸 꽤나 어색해했나 보다. 그런 일상은 왠지 모르게 '미안함'이 든다. 누구에게? 어디를 향한 미안함인지는 아마 나의 어린 시절을 파 보면 알려나. 됐다. 나는 이제 어른인걸.




하여간 나는 오랫동안 나름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원칙으로 일상을 채워왔다. 어느덧 순간순간 내게 웃으며 다가오는 여유를 그동안 외면한 것은 아닐까. '아니, 내게 이런 틈이 있을 리가 없어, 내가 무언갈 놓치고 있나?'




아니다. 이제 좀 더 너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중이다. 너의 방식을 온전히 찾아가며. 일하고 살아가는 모습은 다양하고, 시간의 틈이 다가오는 스타일 역시 다양하다. 그러니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라는 기준에 따른 방식 역시 네 식대로 채워나가면 된다. 되도록 창의적으로.




요즘은 '좋은 부모란 무엇인가' 그리고 '브랜딩이란 무엇인가'가 나의 주된 관심사다. 그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귀퉁이에 수없이 많은 수다를 풀어내곤 한다. 혼자 대화하는 듯하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다. 나는 그렇게 내 중심을 다져가는 중이라 믿는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얼마나 큰 자산인지 알기에.




아이를 잘 키우고 좋은 교육을 시키려 함은 결국 자녀가 행복한 인생을 살아갔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내가 먼저 주고자 하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내가 관찰한 그는, 보여 주기만 하면 스스로 자기 것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내가 궁금한 게 있어 책을 읽으니, 저도 따라 책에 손이 가고, 내가 책상에 앉아 무언갈하였더니 저도 스스로 범위를 정해 자기 것들을 하고 있더라. 내가 찌뿌둥하여 유튜브를 틀고 요가를 하니 자기도 십여 분 요가를 하더라.




그러니 부모는 자기다움으로 행복한 인생을 가꿔가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가르쳐도 아이는 부모의 안목과 견문 그리고 세계를 인식하는 범위를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그게 바로 부모가 나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부모가 세계를 인식하는 수준이, 곧
아이가 세계를 인식하는 수준입니다.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부모 인문학 수업(김종원 지음)> 중




내가 너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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