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HILOPHYSIS Feb 24. 2023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법의 주문

아들의 졸업식 그리고 몇 가지 일들로 길고도 짧은 하루였다. 아들은 유치원에서 23명의 플레이어를 제치고 가위바위보 토너먼트에서 최종 우승, 졸업식 대표로 뽑혔다!

대단해.



하루 종일 졸업식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들은 끝내 자기 전까지 선생님 선생님 하며 끙끙 대다 잤다. 안쓰러우면서도 앞으로 만날 수많은 이별을 생각하면 견뎌내야 할 아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그렇겠다”만 수없이 읊는다.



또 다른 시작이기에, 나 역시 많은 것들이 무겁게 다가오기도 했으나 그런 마음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신경 쓴다.



아들을 키우면서 드는 생각은.. 인생의 한 사이클을 한 번 더 도는 느낌이라는 것. 아직 다 돌지도 못한 인생은 내 시간대로 흐르고 있고, 아들의 시간에 따라 나도 그 사이클을 한 번 더 그러나 조금 다른 관점으로 함께 걸어간다. 정작 내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은 어딘가에 묻혀 있지만, 아들 것의 틈은 더 오래고 바라보는 것 같다. 그 틈과 틈 사이를 부모라는 이름으로 건너는 중.



어떤 새로운 시작이 살짝 두려울 때 스스로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 있다.

  “남들 다하는 거 나는 당연히 더 잘할 수 있지.”



그 말 한마디가 왜 그리 든든한지, 나에겐 마법의 주문과도 같다. 그렇게 뒤늦게 공부했고, 그렇게 대학생활 동안 궁금한 걸 다 해봤고, 취직을 했고, 이직을 했고, 운전면허도 땄고, 세상 제일 겁나던 동네를 운전했고, 결혼하여 애도 낳고 시험도 보았네. 사업도 시작했네. 그리고 앞으로 할 것들도 그렇게 해내리라.



그래, 아들에게도 이 말을 더 일찍 되뇌어 주어야겠다. 조금은 용기가 날 테니까. 용기를 스스로 만들 줄 아는 능력도 살면서 큰 힘이 되니까. 아들의 마음에 아직 가시지 않은 그리움까지는 어쩌지 못하겠지만. 그리고 그의 엄마에게도 더 자주 그 말을 일러 주어야지.



요즘은 다리가 한 세 쌍은 달린 외계 생명체로 사는 느낌이다. 다리가 한 쌍일 때보다 작은 일에 덜 신경 쓰는 장점이 있다. 또한 덜 일희일비한다는 것도. 그 세 쌍의 다리는 각자의 길을 찾아간다. 시간이라는 값비싼 자원을 알뜰살뜰 사용하며. 그 세 쌍이 결국은 서로를 잘 보듬어 줄 것임을 알기에 희망을 가진다.



아니 근데 아들,

다시 생각해도 너의 가위바위보는 엄청났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너를 사랑하는 방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