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나는 브랜딩에도 마케팅에도 문외한이다. 우습지만 그 부분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다. 도대체 왜? 새해가 되어서야 나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나에 대한 은근한 기대를 내려놓고, 기초 단계에서 시작한다고 생각을 해야 한다. 누가 알아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묵묵히 하나씩 해나가기. 지금은 그 정도가 내가 나에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인 것을, 뒤늦게 인정한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인가. 아직도 배울 것이 넘쳐나고, 성장할 기회가 많다는 뜻이니까.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의 마음처럼, 설레면서 두렵기도 한데, 그게 참 자연스러운 것이다.
혼자 사업을 한다는 것은 그토록 아리송한 일 투성이다. 이게 맞나, 저게 맞나, 아니 이렇게 고민해 보는 것 자체가 맞나, 그런 생각의 구름 속에 둥둥 떠가는 일이다. 그럴 때마다 몸을 열심히 움직여본다. 그럼 막연한 구름은 흩어지고 두 발은 굳건하게 땅을 디디고 서있다. 마라톤을 뛰면서도 결승선만을 생각하는 꼴이었구나, 내 모습이. 방향을 어느 정도는 안다는 전제하에 그저 지금 열심히 뛰는 이 몸을 느끼면 되는데 말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들의 방학이 시작되면 그동안 소소하게 지켜오던 루틴이 깨진다. 나는 그 루틴 깨짐이 조금 불편하다. 최근에 알았는데 전형적인 '엔프제(ENFJ)' 사람들의 특징이더라. 어디서 읽고 또 끄덕였던 것은, 엔프제는 갑작스러운 만남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딱 미리 약속을 정하고 만나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 근데 또 미리 약속하면 하루 전부터 괜히 귀찮아지기도 하고? 만나서 시간을 공유하는 일은 너무나 좋고? 참 신기한 엔프제 마음이다.
어쨌거나 아들의 방학이 끝났다. 끝나보니 아들과 함께 푹 늘어져 있는 그 시간이 그립기도 하다. 촉촉하면서 보송한 아들의 볼에 푸석한 내 얼굴을 비비는 그 시간. 나는 혼자 있으면 더 부지런을 떠는 성격인데, 아들의 방학이 잠시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합당한 이유가 되어 주기도 했던 것 같다.
서른세 살까진, 한 번도 사업이란 것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던 나는 요즘 1인 사업가들의 글을 찾아 읽곤 한다. 그리고 그들의 행보를 보며 기분 좋은 자극을 얻을 때가 많다. 사업은 곧 장사다, 아니다 장사와 사업은 완전히 다르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나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단 입장이다. 뭔가 사업은 장사와 완전히 다르다고 하면 조금 거만해 보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사업과 장사는 동격이라고 하면 내 고객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다. 가장 공감이 되었던 것은, 소셜에서 본 영상인데 "장사는, 골라 골라 3장에 만 원" 하고 팔면 끝, 사업은 고객을 지속적으로 만나는 일이라는 그 비슷한 내용이었다. 그런 논리라면 나는 조금 더 사업을 하고 싶은 것이다.
브랜드, 사업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을 남편에게 털어놓은 어느 날, 남편은 "길게 보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 말이 내게 롱런할 힘을 주었고, 또 참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모든 문제에 대해 시니컬하고 현실적인 관점을 지닌 남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 믿음이 갔다. 무심한 다정함이랄까.
그 무심한 다정함을 버팀목 삼아 이제 미뤄뒀던 작업들을 하나씩 꺼내보아야겠다 :) 새해엔 더 으쌰으쌰 해야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는 더더더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