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HILOPHYSIS Jan 16. 2023

내가 하는 일은 결국 무엇일까

벽돌과 교회와 하나님의 성전

"벽돌을 쌓는 일인가,

교회를 짓는 일인가,

하나님의 성전을 만드는 일인가."



어찌 보면 단순하게, 금속과 원석으로 장신구를 만드는 일이고, 주얼리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다. 여기까지가 아마도 '벽돌을 쌓아 교회를 짓는 일'까지 일 것이다. '하나님의 성전을 만드는 일'에 다다르기 위해 조금 더 깊이 정립해 보고 싶다. 그러려면 또다시 나 자신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 사회는 겉으로 보이는 것을 매우 중시하는 경향과 겉으로 보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너무 경박하다는 입장으로 양극화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양극단이 나를 자주 불편하게 한다.



왜냐하면 나라는 인간은 그런 기준에서 보자면 참 어중간하지 않나 싶고, 한편 두 극단의 양립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에 강하게 매료되고 거기서 형언할 수 없는 미를 발견하면서도, 어쩐지 그러한 추구에 대해선 나도 모르게 수치심을 느낄 때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모순을 불편해하면서도 은연중에 당연시해 온 긴 시간을 지나고, 이제는 결국 겉과 속도 한 몸이며 연결되어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내면이 자신만의 철학으로 더 깊어지면서도 다양성을 존중할 줄 아는 이들이 더 자신 있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오감으로 음미하는 아름다움을 추구할 줄 안다는 것을 직접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원한다면 모든 이가 그런 일치를, 균형과 조화를 누릴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미의식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것을 어떠한 형태의 외면적 추구로도 표현할 자유와 감각이 있으니까. 물론 겉으로 표현하지 않겠다는 것도 그 사람만의 미의식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러 종류의 아름다운 주제를 담은 주얼리가 인간의 몸 위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걸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차츰 알게 되었다.



그러한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은 누군가의 삶에 내・외적 균형을, 미의 조화를 보태는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가 만드는 하나님의 성전이라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이지 않을까.



그러한 일일수록 오랜 시간 이어질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가치물을 필요로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주얼리란 착용하는 이가 묻히지 않고 더 그 사람답게 드러날 수 있는, 내・외적 균형과 조화라는 감각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주얼리다. 이러한 나만의 성전에 대한 기준이 앞으로 작업할 모든 주얼리의 실루엣, 부피감, 곡선, 느낌에 모티브가 되어 주리라 믿는다. '고유하게 피어남'이란 필로피지스에게 그런 의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