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나라 할머니펭귄을 만날 수 있겠지?
드디어 장마가 왔다. 30일 남짓의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비가 오는 장마.
장마기간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꿉꿉하고 습하고 매일아침 준비물도 하나가 더 생기는 탓에 괜히 우울하고 쳐지기 쉽다. 하지만 장마는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늘 아침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에 살며시 미소가 새어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는 구름나라 펭귄 이야기가 나온다. 장마가 되면 먼저 하늘나라로 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잠깐 이 땅에 들린다는 이야기다ㅎㅎ 하늘로 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장마기간 동안 잠시나마 구름나라에서 이 땅으로 우리를 만나러 휴가차 내려오는 거라고나 할까?
일본영화를 리메이크했던 우리나라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영화에 나오는 구름나라 펭귄엄마 이야기다. 극 중에서는 펭귄엄마였지만, 이번에 나는 구름나라 펭귄할머니를 기다린다.
'걱정 마라 부엉~'이라고 하면서 투박한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누구보다 부드럽게 쓰다듬어줄 우리 할머니를.
내가 밥 먹는 모습을 거실 소파에서 한참 동안 무심코 바라보시던 우리 할머니를.
가끔 할머니 침대에서 자고 싶다고 할머니 옆에 누우면 손을 꼬-옥 잡고 함께 잠이 들던 우리 할머니를.
할머니 미역국이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던 내게, 비법은 한 스푼 가득 넣은 다시다라던 우리 할머니를.
안 싸우면 다행이야를 보시며 함박웃음을 지으시던 우리 할머니를.
손가락 마디마디가 굳어 손을 다 펴지도 못하셨던 상처 많은 투박한 손이었지만, 손길만큼은 누구보다도 부드러웠던 우리 할머니를 기다리며, 나는 이번 장마를 미소로 채워보려 한다.
나는 비가 참 좋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좋다.
비가 그치고 햇님이 모습을 드러내면,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하늘과 땅은 언제나 서로 닿아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이따금씩 피어오르는 무지개도. 정말 좋다.
나는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편인데, 내가 비를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나는 비가 오는 날을 걱정이 씻겨 내려가는 날이라고 믿는다.
비가 올 때면 우중충하고 우울한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번 장마만큼은 우리 모두 모든 걱정이 씻겨 내려가고 하늘로 먼저 보낸 사람들과의 이어짐이라는 축복 속에서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갔으면 좋겠다.
드디어 장마다!
나는 구름나라 할머니펭귄을 기다린다.
할머니, 사랑해.